그러나 지난해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입장은 완전히 역전됐다. 크라이슬러는 매 분기마다 크게 늘어난 순익을 기록하며 유럽 자동차시장 침체에 고전하는 피아트를 먹여살리다시피 했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30일 크라이슬러의 부활을 이끌었던 피아트가 이제는 ‘짐’이 되고 있으며, 크라이슬러의 향후 신차 개발 및 출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2014년 잉여 현금흐름 전망을 10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이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인수 당시 경영계획에서 밝혔던 원래 30억달러의 3분의2로 줄어든 것이다. 크라이슬러 자체적으로 제조과정을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있지만, 피아트의 부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덕분에 손실을 면했다. 4·4분기 매출은 217억8000만유로, 이자·세금·일회성 항목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9억8700만유로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지난해 총 영업익은 38억1000만유로였으나, 크라이슬러의 기여분을 빼고 계산하면 10억4000만유로 손실이었다.
포브스는 크라이슬러의 가용자원이 피아트의 유럽시장 부진을 메우는 데 쓰이고 있다면서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한 신차 개발 및 출시 등 크라이슬러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계획까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