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김 원장의 수첩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10명의 개원멤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지난해 작고한 홍원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기라성 같은 원로들이 그 때 낙점됐다.
이렇게 1970년대 초반의 월급 3만원은 흔치 않은 미국 박사를 국내로 불러들일만큼 큰 돈이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장·차남이 1975년 할머니에게 받았다는 400만원 상당 토지(두 손자에게 각 200만원씩)는 실로 엄청난 재산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김 후보자 자녀의 재산 형성 과정과 병역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총리실을 통해 총력 방어전을 펴고 있다. 인수위는 휴일이던 27일에도 총리실발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토지는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가 손자들을 위해 매입해 준 것이며, 후보자의 모친이 돌아가신 뒤라 증여세 납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해당 행정기관에서 점검한 뒤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했다. 병역 면제에도 "위법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소유한 경기도 일대 토지와 서초동 주택의 공시지가는 20년 전인 1993년 기준으로도 21억원에 이른다. 추후 편법·탈법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신뢰도에는 상당한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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