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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토레스의 실수는 최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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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토레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페르난도 토레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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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돌아가는 전 세계 축구판은 이번 한 주에도 무수한 화제거리를 낳았다. 4만 1000여명의 여성과 어린이들로 뜨거웠던 페네르바체의 경기부터 알 와슬의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랍 에미리트 진출 첫 승을 올린 것에 이르기까지, 축구라는 스포츠는 그야말로 하루도 쉬지 않는 이야깃거리의 보고다. 근자에 벌어졌던 지구촌 축구의 두 가지 흥미로운 장면들을 짚어 본다.

토레스의 실수는 최악이 아니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긍정적인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지가 꽤 됐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모처럼 터뜨린 골의 기억마저 뒤이어 터져 나온 인구에 회자될만한 실수에 완전히 묻혀버리는 인상이다. 더 나아가 토레스의 그 장면은 '최악의 실수', '세기의 실수'라 불리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의 생각으론, 토레스의 골 사냥 실패 장면이 '최악'이라 일컬어지기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너무도 많다. 우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카타르의 파하드 칼판은 골문 1m 남짓의 거리에서 굳이(?) 골대를 맞추는 절묘한 실수를 범했다. 그 결과 카타르도 연장전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만다.

칼판의 이름값이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대 셰필드 유나이티드), 디에고 포를란(대 유벤투스), 카를로스 테베스(대 선덜랜드), 은완코 카누(대 미들즈브러), 다비드 비야(대 리투아니아)와 같은 세계적 선수들의 실수 장면은 어떨까? 이들 만큼의 이름값은 아니지만 살로몬 칼루(대 포츠머스), 셰프키 쿠치(대 반슬리) 등이 일으켰던 '순간의 물의'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들에 관한 동영상을 찾아보신다면 그리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다. 우리 국가대표 팀 또한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 공격수 아예그베니 야쿠부의 덕을 적잖이 봤다.
한편 토레스의 '그 장면'이 연출된 지 바로 얼마 후, 스페인에서는 발렌시아의 로베르토 솔다도가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엄청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물론 이 실패 장면에서는 상대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가 일정 부분 긴요한 역할을 했다). 묘하게도 토레스(스페인 대표 팀에서의 입지도 극도로 불안하다)와 솔다도는 알바로 네그레도, 페르난도 요렌테와 더불어 스페인 대표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에 놓인 관계다.

똑같은 '스리백' 그러나 결과는 대조적


잉글랜드의 아스널이 58년 만에 최악의 시즌 스타트를 끊고 있다고 하나, 유럽 대륙으로 시선을 확장할 경우 시즌 초반 고난에 빠진 명문 강호가 꽤 여럿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은 슈퍼컵에서 라이벌 AC밀란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올 시즌 각종 대회 5경기에서 1무4패라는 초유의 부진에 빠져있다. 마침내 주중 노바라 전에서의 1-3 패배는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의 인터 감독직을 빠르게 종결시켜 버렸는데, 인터가 1983년 이래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게 된 반면 승격 클럽 노바라는 55년 만에 첫 세리에A 승리라는 감격을 누렸다. 이 경기는 세계 축구계에 귀감이 될 만한 노장 하비에르 사네티가 인터 선수로서 757회 출전의 대기록을 수립(종전 기록은 쥬세페 베르고미의 756회)한 현장이기도 했으나, 사네티와 인터 서포터들에겐 별로 기쁘지 않은 하루가 됐을 법하다.

인터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기록될 것이 유력한 가스페리니의 실패 요인은 역시 인터의 현재 선수들이 지닌 성향과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포메이션(3-4-3)을 시도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선 인터의 공격수들은 전반적으로 윙포워드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수비 가담에 있어서도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자원들이다. 이는 여차하면 라인 간의 간격만 벌여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평론가들이 지적해왔던 대로, 가스페리니가 애초에 계획했던 포메이션은 웨슬리 스네이더의 플레이 성향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스페리니는 경기에 따라 스네이더의 위치와 역할을 바꿔가며 약간의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팀 전체는 이미 가라앉고 있었던 상황. 사실상 스네이더가 인터 최고의 '공수 연결고리'임을 감안할 때, 그가 여름에 팀을 떠나지 않은 이상 그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포메이션을 계획했다는 것이 자체로 문제 거리였다.

무엇보다 가스페리니는 상당수 인터 선수들의 연령도 고려했어야 한다. 사네티가 38세, 왈테르 사무엘, 루시우, 데얀 스탄코비치가 모두 33세이고, 디에고 밀리토와 디에고 포를란이 32세, 에스테반 캄비아소도 만으로 31세다. 따라서 인터는 '뛰는 축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스리백 전형의 구조적 약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할 공산이 매우 큰 팀이다. 실제로 인터는 빈 공간에 대한 커버가 늦으면서 많은 실점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인터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팀도 있으니 바로 '마라도나의 후예' 나폴리다. 비록 선수층의 한계를 드러내며 주중 키에보 전을 패하기는 했지만 나폴리는 현재 유럽에서 3-4-3 포메이션을 가장 위력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폴리가 기본적으로 3-4-3 포메이션에 잘 어울리는 선수 구성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수 전환, 역습 전개의 기동력 면에서 뛰어나다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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