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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5세 누리과정'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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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도입 100주년.. 인성교육 강화를

"배워야 한다. 배워야 산다."

가, 갸, 거, 겨를 외치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새끼 제비들 같다며 이를 악물었던 이가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이다. 희망이 없던 그 시절. 일제강점기에도 아이들을 잘 키워 조국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 시절 교육은 가장 강력한 독립운동의 한가지였다.
1913년. 서울에 처음 설립된 '경성유치원'이 그랬다. 경성유치원에는 일본인 보모가 있었지만 이듬해인 1914년 미국인 선교사가 만든 이화유치원은 보모와 원아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이렇게 설립된 유치원이 내년이면 100살을 맞이한다. 정부 여당이 이 뜻 깊은 해를 맞아 만 5세 아동의 공통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교육비를 모두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5월의 일이다.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풀검이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의 제목만큼 유치원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문장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은 이 시절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걸쳐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성'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뜻 깊은 강연회가 열렸다. 한 사람이 전인생을 걸쳐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도(Attitude)'라고 밝힌 석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적인 능력(Ability)'만큼이나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다. 헤크먼 교수는 경제학과 통계학을 접목한 미시계량 경제학 분야의 선구자로, 교육수준과 임금의 상관관계 및 남녀임금 차이 등을 연구해 개인의 선택 및 노동시장을 분석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그가 이날 강연에서 강조한 것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의 경제적ㆍ사회적 성공은 성실성ㆍ창의성ㆍ자제력 같은 인성에 보다 크게 좌우된다. 이런 이유로 만 3~4세부터 조기 인성교육을 충분히 시작해야 한다." 그의 이런 발언은 성실성과 자제력, 소통 능력과 같이 사람사이의 교류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s)'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특히 '투자+개발+유지=능력 제고'라는 '헤크먼 등식'을 내놓아 이날 참가한 청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헤크먼 교수는 이밖에도 한국의 교육제도가 끈기와 성실 그리고 동기 등 비인지적인 능력 교육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시험이 인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경제ㆍ교육분야 연구 결과를 보면 인성이 경제ㆍ사회적 행동과 연결돼 사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성을 간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부연설명도 잊지 않았다.

헤크먼 교수는 "인성은 절반 정도가 유전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교육으로 충분히 배양할 수 있다"면서 "빈부간의 교육격차는 이미 만 3세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3~4세 이전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성교육의 상당 부분이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영유아 교육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헤크먼 교수는 주장했다.

그의 주장처럼 내년부터 만5세 공통교육과정인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되면 신체운동과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 5개 영역에서 조기 '인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유치원 도입 100주년을 앞두고 오늘(19일)부터 서울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유치원교육박람회'를 바라보는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누리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황석연 사회문화부장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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