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부의 석방 조치를 거부하며 강력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전역에서 지지 시위가 확산될 조짐이다.
그는 지난 16일 '반부패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하려다 경찰에 전격 체포돼 교도소에 구금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말 불거진 2세대(2G) 통신주파수 스캔들. 인도 감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2008년 2G 통신 주파수 할당 입찰 과정에서 공무원들에 의한 대규모 비리가 저질러졌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특정 기업에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파수를 할당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400억달러의 큰 손해를 입었다.
이 스캔들은 지난해 인도 정국을 뒤흔든 최대 사건으로 비화됐다. 당시 통신부장관이 불명예 퇴진했고, 불똥은 만모한 싱 총리에게까지 튀었다. 청렴한 이미지를 쌓아 온 싱 총리의 정치생명은 최대 위기에 몰렸다.
하자레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 전역에서 지지 집회가 잇따랐다. 10만 명 이상이 집회를 가졌고, 휴대폰이나 '페이스북'을 통한 지지자도 70만 명이 넘었다.
이처럼 그의 단식투쟁이 전국적 핫 이슈가 된 이유는 그가 평생 쌓아온 사회운동가로서의 명성 때문이다. 그는 70평생 오로지 인도 사회의 개혁을 위해 힘써 왔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
1940년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길거리에서 꽃을 팔아 집안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나 군대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책을 읽으면서 사회운동에 눈뜬다.
1975년 군에서 제대한 그는 농촌에서 본격적으로 사회개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농촌에 수로를 내고, 금연과 금주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특히 하자레는 1990년대부터 인도사회의 반 부패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그 결과 2005년 혁신적 부패근절법안인 정보접근법의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인도 정부는 하자레가 단식을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손을 들었다. 공직자 부패수사기구에 민간인을 포함시키자는 그의 요구를 100% 수용키로 했다. 인도 정부는 6월말까지 법안을 마련해 7월 국회에서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자레는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8월15일까지 법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상황은 불행하게도 하자레의 예상대로였다. 반부패법안이 시행되지 않자 16일부터 단식에 들어가려다 체포됐다.
어찌 보면 우리는 부패 문제에 있어 인도보다 더 암울하다. 거대한 부정부패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국민들의 무감각과 반부패운동을 이끌 하자레 같은 권위 있는 사회 운동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