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에 국내 증권회사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모두 3조1000억원. 전년보다 15%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700에서 2100으로 올라가는 활황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돈줄인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탁수수료는 전년보다 1757억원이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증권사 순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의 장기 침체는 회사 존립에 대한 우려까지 낳게 하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 있다. 지난 10여년간 증권시장에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정보기술(IT)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증시의 구조는 서서히 대형주 위주로 바뀌어 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7년 84%에서 지난해 89%로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대형주 플레이' 속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 브로커리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기존 개인 자금이 랩어카운트 등으로 이동하는 '기관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증시에서의 개인 비중 축소는 가속도를 냈다.
줄어든 파이를 둘러싼 '격렬한 수수료 인하 경쟁'은 브로커리지 수입을 더욱 큰 폭으로 갉아먹었다. 2000년대 초 키움증권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 '업계 최저 수수료율(0.025%)'을 내세우며 '1차 가격경쟁'이 펼쳐졌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8조3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미끄러졌다.
증권사들이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은행연계 계좌에 혜택을 부여한 데 이어,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차 가격경쟁'까지 발생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부각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MTS 거래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몇몇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기반 선점을 꾀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승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평균 수수료율은 2000년대 초반에 22bp(0.22%)에서 지난해 말 11bp까지 떨어졌다"며 "주식시장 성장이 연 평균 9~10%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율 감소폭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이제 증권사들의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는 최저 0.011%까지 낮아진 상태다. 더 이상은 깎아주기 어려울 정도가 돼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출혈경쟁이 심화되기는 법인을 상대로 한 브로커리지 시장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사에서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법인 브로커리지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부터 수수료율 하락 추세가 명백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각 사들 간 경쟁 격화는 브로커리지 수익에 타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주식을 사는 쪽과 매매거래를 권유하는 증권사 간의 '갑을관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 도를 넘어서는 접대문화 등 각종 폐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증권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증권사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 싣는 순서>
1. 증권업을 비관하는 주식시장
2. 추락하는 브로커리지
3. 레드오션 전락한 한때의 기대주 'IB'
4. 돈은 쏟아 붓는데..PB시장의 대결투
5. "해외로!"..늘어나는 투자, 불어나는 적자
6. 프라임브로커, 주주에게 또 손 내밀어?
7. 진퇴양난의 중소형사, 그들은 어디로?
8. 증권산업 활로를 위한 제언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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