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폭은 예상보다 컸다. 재정부는 "성장률보다 물가 전망치의 앞 자리 숫자를 바꾸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만큼 물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돼있는 걸로 보인다. 정부는 성장률을 낮췄지만, 당초 예상보다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올들어 꾸준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연초 예상했던 28만개보다 5만개 많은 33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이냐 물가냐. 정부에 선택을 강요한 건 국제 유가와 곡물 시세다. 당초 연평균 85달러(배럴당)로 봤던 국제 유가 전망치는 이날 105~110달러 선으로 수정됐다. 국제 상품시장에선 옥수수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경기 회복세 속에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꿈틀대는 것도 물가엔 나쁜 조건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내수를 살려 수출에 치우친 경제 구조를 바로 잡겠다고 했다. 언뜻 물가 잡기와 부딪치는 듯 보이지만, 과거 유가보조금 등을 주며 내수를 부양하던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단 차갑게 식은 부동산 시장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율을 낮추고, 수도권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줄이는 등 응급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서비스업 규제 완화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전통시장 소비에 대한 소득 공제폭을 늘리는 등 중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을 늘리는 등 정책의 중심축은 고용을 유인하는 데 둔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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