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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콘돔 안하세요?" 피임 멀리하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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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중 피임 도구 미사용 성병·성폭력 우려

"그런데 왜 콘돔 안하세요?" 피임 멀리하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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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랑하는 애인과 성관계를 했는데, 남자친구가 콘돔 사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친한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콘돔 착용을 거부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콘돔 때문에 심하게 싸웠는데, 이게 싸울 일인가도 싶다"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이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비혼여성 10명 중 9명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임은 남성 주도적으로 진행됐으며,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성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라는 취지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

피임 도구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각종 성병 감염 위험은 물론, 피임을 원하는 상대방 의사를 무시하고 성관계를 하다 보니 성폭력이라는 지적이 있다.


피임약 머시론이 지난해 8월 최근 6개월 내 성관계 경험이 있는 20대 비혼 남녀 총 400명(여성 200명,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피임 방법과 피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86%(344명)는 본인이나 여성 파트너가 경험할 수 있는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현재 사용 중이거나 가장 최근에 사용한 피임법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는 콘돔을 선택한 응답자가 92%(369명)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가장 많았고, 질외사정이 44%(177명)로 뒤를 이으며 주로 남성 주도적인 피임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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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질외사정을 선택한 경우다. 해당 방법을 피임법으로 선택한 이유(중복응답)에 대해 '콘돔을 사용하면 성감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4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해(남성 58%, 여성 31%), 피임 효과에 못지않게 관계 시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애인이 있는 한 30대 중반 남성 직장인 A 씨는 "솔직히 성관계에 앞서 피임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면서 "아무래도 묵시적으로 서로 합의를 하고 있는 피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방적으로 '내가 좋아서','나만 좋아서'라는 기준의 성관계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피임 도구 미사용 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과 각종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감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매독과 임질, 클라미디아, 성기단순포진, 곤지름(첨규콘딜로마) 등 성병 환자 발생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9213명에서 2017년 2만 5139명으로 늘었다.


연령별로는 성기단순포진을 제외하고 모두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콘돔이나 인유두종(HPV) 바이러스 백신으로 성병 예방이 가능하지만 콘돔 사용률, 예방 접종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조사에 앞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15~49세 국내 기혼 여성 피임실천율을 조사한 결과, 15~24세 피임실천율은 46.9%, 25~29세는 49.4%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임을 하는 사람 중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도 30% 정도에 불과했다.


종합하면 콘돔 미착용 등 피임도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관련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서 성병에 걸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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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지방법원은 성관계 도중 상대방 몰래 콘돔을 제거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콘돔을 제거한 행위를 성범죄로 판단하고 집행유예 8개월을 선고하고, 벌금 3000유로(약 390만원)와 성병 검사 비용 96유로(약 1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2017년 스위스 로잔 연방 대법원도 성관계 도중 콘돔을 뺀 남성을 강간 혐의로 집행유예 12개월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 법규는 없지만, 성폭행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7건 올라와 있다. 성폭력 전문가들은 "해당 행위에 따른 피해자는 여성이며, 선택권을 박탈당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성폭력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이런 현상이 가부장제 가족문화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박주현 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관한 10년간의 간격연구: 한국 인터넷 성별 설문조사 2014'에 따르면 연구진은 "한국 사회가 급속히 서구화되고 성평등 문화가 대중화됐음에도 유교에 기반한 가부장제 가족문화가 깊은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신과 출산, 피임은 여성의 책임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진은 질외사정이 급증하면서 콘돔 사용이 줄어든 것에 대해 "피임에서 남성에게 책임을 덜 맡기는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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