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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눈부셔서 더 애달픈…이토록 사려 깊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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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야기 간접 차용…영화 '너와 나'
참사 전날 두 여고생으로 삶·죽음 경계 그려
타인 위로 절실해진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
박혜수, 세세한 감정 쌓아 일상적으로 표현

조현철 감독의 영화 '너와 나'는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정이다. 일상을 침투한 죽음의 기운마저 평범하게 묘사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두 세계를 연결하는 열쇠는 사랑. 미묘하게 갈등하던 고교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일련의 과정은 구성부터 편집까지 섬세하고 유려하다. 성장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상실에 대한 위로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진 한국 사회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힐 만하다. 차분하고 고상한 의도를 일상적 연기로 그려낸 배우 박혜수를 만났다. 세미를 더 성장해야 할, 그리고 더 살아가야 할 인물로 채색한 동력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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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2020년 말 안보영 프로듀서로부터 건네받았다. 세월호와 관련한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내용이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참사 전날 두 여고생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끝에 위로가 자리해 조현철 감독이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룰 것 같았다. 동참해 많은 분의 슬픔과 그리움을 달랠 온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미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집약된 배역이다.

"저와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답답해 보여도 애정이 갔다. 조현철 감독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에서 함께 연기하며 비슷한 면을 본 듯하다. 사실 고교생이 연기해도 무방한 배역이지 않나. 졸업한 지 오래된 제게 주어진 건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경험한 미묘한 감정을 조금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세미와 하은의 관계는 꽤 밀도 있게 다뤄진다.

"세세한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흐름이 좋아 표현하기에 수월했다. 1주일에 세 번씩 리허설도 했다. (김)시은이와 연습하고 곱씹으며 대사, 연기 등에 다양한 의견을 냈다. 시나리오에 충실하던 틀을 처음 깬 순간이었다. 영화에 한층 깊숙이 참여해서인지 자신감이 생기더라. 적극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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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감정을 일상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전까진 대사 전달이나 호흡에 신경을 많이 썼다. '너와 나'에서는 발음이 조금 뭉개져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추구했고. 기존에 가졌던 연기관에서 벗어나야 했다. 온전히 세미로 존재해야 표현이 가능해 보였다. 새로운 도전이 자유롭고 즐겁더라. 물론 세미가 불특정한 누군가를 떠올리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선 고민이 많이 됐다. 관람객이 떠나보내야 하는 아픈 기억의 인물 아닌가. 생동감을 과도하게 부여하면 위험할 듯했다. 그래서 하은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그것이 관람객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클로즈업 샷에 담긴 혼잣말 등이 그 가교가 된 듯하다.

"감정 과잉을 경계하며 연기했다. 세미의 감정에 과몰입하다 보니 적정선을 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격양이 관람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되더라. 감정을 꾹꾹 눌러 다시 표현했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조차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처럼."


-그렇게 빚은 보편적 정서가 설득력을 배가한 듯하다.

"영화가 세미의 감정선을 따라 전개되다 보니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사실 절제하고 조절한 부분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에 감정을 그대로 맡긴 경우가 더 많다. 두 가지가 잘 어우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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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이미지 형상화를 통한 상징을 여럿 시도한다. 풀밭에 누워있는 신이 대표적 예인데.

"특별히 어떻게 보여야겠다고 계산하지 않았다. 그곳에 존재하는 데 의의를 뒀다. 그걸 토대로 하고 싶은 말을 만드는 건 조현철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풀밭에 8분 정도 누워있었다. 좀처럼 '컷'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나를 두고 도망가셨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완성본을 관람하고 왜 그렇게 오래 찍었냐고 물어봤다. 제게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고 하더라. 실제로 촬영하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완성본을 보면서도 안도감을 느꼈고."


-롱테이크나 다름없는 노래방 신도 인상적이다. 빅마마의 '체념'을 끝까지 부르며 어떤 감정이 새어 나오길 바랐나.

"세미는 진심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하은이를 좋아하지만 도통 예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쌓여가는 오해로 원망과 서러움만 밀려든다. 그런 괴로움이 덩어리째 노래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간 관람객이 목도하는 감정은 온전히 하은을 향한 것이다. 연기할 때는 조금 달랐다. 세미가 이튿날 어떤 일에 휘말릴지 알고 있지 않나. 마지막으로 부를 노래라는 생각에 슬픔이 빗발쳤다. 그걸 분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조현철 감독이 장례식장, 아파트 등 곳곳에 죽음의 기운을 일상적으로 흩뿌렸다. 그 위에서 사랑을 부각하는 과정이 꽤 신선한 경험이었을 듯한데.

"하은이와 애틋한 정서를 교류하는 데 더 집중했다. 특히 장례식장 앞에서 헤어지는 장면이 그랬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나타날수록 이면에 있는 슬픔의 크기도 커질 듯했다. 그 또한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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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의 하루를 연기하는 과정이 자신의 발자취를 복기하는 여정이기도 했을 듯하다.

"제 감정을 중시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타인의 시선으로 돌아보게 되더라.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조현철 감독이 말하는 세상의 순환에 대해서도 자주 곱씹고 있다.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 자연, 동물 등에 관심을 두고 사랑할 기회를 엿본다. 실천의 시작은 반려견이다. 한 달 정도 유기견 봉사활동을 했는데 한 마리를 임시로 보호하고 있다. 넓게 보면 생명을 살리는 일이더라. 며칠을 함께 보내며 정도 붙었다.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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