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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칼럼]BOJ의 통화정책 누설, 日 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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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기로이드 레이디, 다니엘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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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에는 ‘새로운 배관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19일 BOJ가 대대적인 통화정책 개편을 발표했을 때 아무도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모두가 BOJ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아주 상세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BOJ의 특징 중 하나로 선별적인 정보 공개가 자리 잡았다. BOJ의 모든 주요 변경사항은 사전에 상세히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세간의 이목이 쏠린 이번 3월 회의에서 유출된 정보의 수준은 수치스러울(scandalous) 정도다.

먼저 첫 번째로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 내 언론에서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보도가 꾸준히 나왔다. 이는 의회 질답을 제외하곤 은행 외부에 정보 공개나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 이후에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그리고 회의 둘째 날인 지난 19일 새벽 2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상장지수펀드(ETF) 신규 매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상황은 오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NHK방송은 우에다 총재가 이러한 변경 사항을 표결에 부쳤다고 보도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놀랍고 놀랍게도, 이날 발표는 새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만약 일본 기자들이 추측해서 기사를 쓴 것이라면 그들은 로또 복권부터 사야 할 것이다. 일본 당국자들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는 여전히 금리가 제로 수준인 나라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 용어다.

일본 의회는 BOJ의 결정이 왜 일찍 공개됐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답변을 요구해야 할 때다.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가 움직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지지통신, NHK 기자들에게 미리 알려졌다면 또 누가 이 사실을 알았을까. 악용될 가능성이 엄청나다.


말을 믿지 마라. BOJ는 과거 마이너스 금리 도입 사실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한 2016년 성명에서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뉴스가) 보도되면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서도 BOJ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중 BOJ만 이러한 보안 논란에 처했던 것은 아니다. 금본위제로 여겨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여러 사고에 연루됐다. 특종 경쟁 문제를 넘어 일부는 충격적인 윤리 실수도 확인됐다. 내부 조사부터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등 실질적 결과를 초래했고, 해고된 사람들도 있었다.


2013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세계 주요 은행들이 미리 입수하는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의회 직원 등과 함께 이메일 목록에 포함됐던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는 당시 의사록 공개 19시간 전 문서를 입수했다. 이러한 누설은 분노를 일으켰다. 비영리 월스트리트 감시단체인 베터 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블룸버그뉴스에 "민감하고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에 대한 Fed의 통제력이 너무 약하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이래 가장 당혹스러운 누설은 대규모 부양책이 쏟아지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FOMC 위원들이 직접 거래에 나서면서 나온 것일 것이다. 당시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Fed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동안 주식을 매수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Fed를 떠났다. 이후 리처드 클라리다 전 부의장도 임기가 끝나기 몇 주 전인 2020년 초, Fed의 주요 정책 전환을 앞두고 주식을 매수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임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이들에게 법적 위법행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Fed를 감독하는 의원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은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금지된 시장 거래 활동에 관여한 연은 당국자에 대해 이사회가 실질적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요 직책을 맡은 이들은 부적절한 행위로 보여지는 일조차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우에다 총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 다른 가설은 시장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림으로써 혼란을 피하기 위한 필요악이자, 조정된 시험 풍선(Coordinated trial balloons)이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며칠간의 혼란을 연장하고 트레이더가 언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 뿐이다. 우에다 총재가 시장에 경고를 주고 싶다면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다른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처럼 의회 연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이는 당국자들의 연설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공식적으로 정책을 논하기에 적절한 장소다.


BOJ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정보 유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엄격한 정보관리 규칙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까. 2016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조사가 이뤄질까.


지난주 우에다 총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이번 유출이 시장에 정보를 흘리기 위한 의도적 커뮤니케이션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와 다른 사람들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언론사가 각자의 견해를 보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주 회의에는 13명이 참석했다. 어쩌면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셋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둘이 죽어야 한다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중앙은행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정보 유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고, 이는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시사한다.


정보보안이 허술하다는 이유로 파이브아이즈(Five Eyes·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동맹체)에서 배제된 일본의 경우 최고위층의 우려 사항이 돼야 할 것이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기로이드 레이디 & 다니엘 모스 공동 집필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BOJ Has Sprung a Leak. Japan Must Investigat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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