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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시대]⑮"며느리·딸보다 나아요"…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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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주 6회, 약 11만식 제공돼
노인 일상생활까지 관리하는 통합서비스 추구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다운교회. 재킷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은 백발노인 두 명이 '효도밥상 합정2호점' 현수막이 걸린 교회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날 점심 메뉴는 춘천식 닭갈비와 계란찜, 김자반, 마늘장아찌, 배추김치, 깻잎지, 유부된장국. 이들은 다른 노인들이 자리잡은 원형 식탁에 합석하고 익숙하게 식판을 꺼내 음식을 담아 식사를 시작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다운교회. '주민참여 효도밥상' 이용자들이 식사를 마친 후 밝게 웃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다운교회. '주민참여 효도밥상' 이용자들이 식사를 마친 후 밝게 웃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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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5번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효도밥상 합정2호점 등록 노인은 총 25명이다. 이날은 병원에 간 1명을 제외한 24명이 여기서 식사했다. 밤색 체크 셔츠에 스카프, 모자로 멋을 내고 온 강순덕씨(81·여)는 "며느리나 딸보다 효도밥상 공무원이 훨씬 낫다. 누가 이렇게 매일 반찬을 바꿔 가며 식사를 챙겨주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서울 마포구가 시행하는 이 사업은 '주민참여 효도밥상'이다. 75세 이상 마포구민 중 급식이 필요한 노인에게 무료로 균형 잡힌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대상 노인은 지정된 급식기관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다양한 식자재가 활용된 급식을 제공받는다. 주말과 공휴일 전날엔 한 끼 분량의 레토르트 국과 반찬을 포장해 제공한다. 지난 21일까지 1년 1개월간 10만8928식이 제공됐다.


메뉴 선정과 조리과정에서 노인을 세심하게 배려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잔반의 양과 맛 평가 등 피드백을 영양사에게 전달한다. 노년기 단백질 부족을 막기 위해 반찬에서 육류를 빠트리지 않는다. 김정민 영양사는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을 고려해 딱딱한 음식은 피하고 두부와 계란 등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효도밥상은 단순 음식 제공을 넘어 일상생활까지 관리하는 노인복지 원스톱 통합서비스를 추구한다. 식사 공간에 모여 서로 소통하면서 우울감을 예방하고, 미방문 노인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일상을 돌보는 지역밀착형 노인 복지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마포구는 봉사단 300여명을 모집해 배식, 말벗 봉사와 함께 식사 시간에 오지 않는 어르신을 파악하여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방문 간호사를 통해 노인의 기초건강이나 당뇨, 고혈압 체크 등 만성질환 상담도 실시 중이다. 이날 합정 2호점에서 노인들의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하재덕씨(66)는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일을 찾다가 효도밥상 봉사를 알게 됐다"며 "연세 드신 분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면서 '나도 10년 뒤에는 수혜자가 되겠구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주민참여 효도밥상 합정2호점' 출석부. 미출석한 이용자에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곧장 안부 등을 묻는 연락을 하게 된다./ 사진=최태원 기자 peaceful1@

'주민참여 효도밥상 합정2호점' 출석부. 미출석한 이용자에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곧장 안부 등을 묻는 연락을 하게 된다./ 사진=최태원 기자 peacefu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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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밥상 사업 예산은 전액 구비로 투입하지는 않는다.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 후원으로 급식비용 일부를 충당한다. 효도밥상을 주관하는 마포복지재단에는 23일 기준 수십 개의 기관과 단체, 1053명의 개인이 약 10억원에 달하는 후원 금품을 기탁했다.


현재 1000명의 노인이 마포구 관내 33개 효도밥상 급식기관에 등록돼 있다. 마포구는 올 하반기까지 수혜 대상을 1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75세 이상이면 다른 조건 없이 신청 가능하다. 우선 독거노인부터 선정하고, 이어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 중 배우자의 건강 문제 등으로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산이나 소득수준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장주현 마포복지재단 효도밥상운영팀장은 "노년층은 팔리지도 않는 낡은 집 한 채를 소유해 복지사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애매한 복지사각지대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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