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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시험대 오른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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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이 얘기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들은 것이다."(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지난주 있었던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 FOMC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인상 종료를 시사하면서 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빠르게 확산하자, 뒤늦게 Fed 위원들이 '시장의 곡해'라고 맞서면서 기대감 저지에 나선 것이다.

파월의 비둘기파 발언에 시장은 즉각 환호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지금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Fed 위원들이 연일 진화에 나서면서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시장에 관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물가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으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축포는 이르다는 평가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으로 인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단기간 내 코로나19 이전 환경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설사 내년 시장의 기대만큼 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점도표상의 금리는 여전히 4% 중후반 수준이다. 이는 과거와 같은 '저금리로의 회귀'는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Fed의 통화완화 정책변화로 한국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쏙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한국은행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2분기 미국이 먼저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확인한 뒤 한국도 3분기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은 "현재로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지 않다"며 시장의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고 나섰다.


빠르게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가 현재 예상한 경로를 상회하고 목표수준대로의 안착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 특히 증가하는 민간(가계·기업) 부채가 변수다. 전날 공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고금리 여건에서도 가계와 기업의 대출 증가세가 이어져 매크로 레버리지(차입)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안정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레고랜드 사태가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만기연장 등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1년 후 다시 금융불안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구조조정에 나섰더라면 집값 상승과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토로한다.


전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21세기 통화정책' 저서에서 "Fed의 비정치적이고 독립적이며 객관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분명히 실수를 하겠지만, 제롬 파월이 말했듯 인격과 성실성에서는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내년 통화정책 전환을 앞둔 한은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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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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