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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시장 600조 바라보는데…현행법엔 개념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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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서 모의재판 열려
중기부 '규제뽀개기 3탄'…미래 모빌리티 산업 다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의재판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의재판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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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K배터리'. K배터리는 지난해 9월 환경관리공단 경매를 통해 폐차된 전기차에서 나온 '폐배터리' 30개를 3억원에 구입했다. 이 중 20개는 재활용해 ESS를 만들어 해외 전기업체 A사에 10억원에 판매했다. 나머지 10개는 부자재 수급 문제로 생산이 여의치 않자 공장 내에 334일 보관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한 환경단체가 K배터리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소지로 고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전기차 폐배터리는 폐기물로 규정되는데 재활용을 위한 폐기물 보관기간은 30일 이내로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근거였다. 검사는 K배터리 대표에 징역 6월을 구형했다. K배터리 대표는 지나친 규제 탓에 폐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선처와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진행한 모의재판의 한 사례다. 중기부는 이날 '전기차 폐배터리, 미래자원 vs 쓰레기?’. ‘인공지능(AI) 학습을 할 수 없는 영상정보’, ‘바다에 띄울 수 없는 수소선박’을 주제로 3회의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과도한 규제로 법정에 서게 된 기업 대표와 이를 대변하는 변호사, 공소요지를 진술하는 검사, 양측 의견을 확인하는 판사로 구성됐다.


K배터리 대표를 변호한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현행법에서 '폐배터리'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폐기물관리법 등 현행 법령이나 기준 어디를 보더라도 폐배터리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다"면서 "이런 모호한 규정에 따라 형사고발과 기소가 된 이번 사안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등을 명백히 위반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전기차 폐배터리의 보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180일로 완화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급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역시 과도한 규제"라며 "보관기간이 조금 길어진다고 사용 후 배터리가 토양오염이나 대기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잔존수명이 70~80% 정도다. 이 때문에 ESS나 전기자전거 등에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다. 폐기물이라기보다는 순환 자원이나 중고제품 성격이 강하다. 김 변호사는 "폐배터리를 '사용후 배터리'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며 "2040년까지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폐배터리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이 열리고 있다.

28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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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학습을 할 수 없는 영상정보'를 주제로 열린 모의재판에서는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이 수집하는 영상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진출을 준비하는 배달로봇 스타트업 'K모빌리티'. K모빌리티는 경쟁사인 미국 기업이 행인들의 얼굴 표정까지 AI로 학습해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지난 6월1일부터 한달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50대의 배달로봇을 주행시키며 사람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K모빌리티는 촬영 단계에서 배달로봇의 전광판을 활용해 촬영 사실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촬영 거부 의사 표시는 없었다. K모빌리티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자사 배달로봇의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AI로 학습시켰다. 하지만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시민단체가 K모빌리티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로 고발했다. 검사 측은 K모빌리티가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민감정보를 처리했다며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K모빌리티 변호인으로 나선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배달로봇이 촬영한 안면정보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해상도와 크기를 가진 점, 해당 안면정보와 대조할 다른 정보를 쉽게 찾아내 결합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했다. 구 변호사는 "K모빌리티는 안면정보를 활용해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 것일 뿐 이를 통해 특정 개인을 알아내려고 한 게 아니다"면서 "이는 '개인정보의 처리'라고 볼 수 없어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바다에 띄울 수 없는 수소선박’ 사건에서는 수소연료전지 격벽 기준 등을 물리적으로 충족할 수 없어 건조검사를 받지 못한 소형 수소선박에 대한 처벌 여부가 쟁점이었다. 글로벌 기준에 맞게 소형 수소선박에 적합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모의재판은 신기술과 제도의 불일치를 조명하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의 제도적 쟁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개최됐다. 선고기일을 제시하면서 판결은 내리지 않았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규제개선은 기업·정부·국민·전문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중기부의 규제뽀개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법·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촉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신산업 분야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국민들의 공감이라는 큰 힘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혁신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규제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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