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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러 방어선 '용의 이빨'에 걸린 우크라…2차 대전 때도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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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1차 방어선도 돌파 못한 우크라
지그프리드선에 첫 설치됐던' 용의 이빨'
평화협상과 장기전 갈림길에 선 우크라戰

[뉴스in전쟁사]러 방어선 '용의 이빨'에 걸린 우크라…2차 대전 때도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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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최근 2개월 이상 펼친 대대적인 반격작전에도 러시아군 점령지의 방어선을 좀처럼 뚫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선 교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관론이 크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다층방어선 중 1차 방어선조차 뚫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앞으로 전쟁 지속보다는 평화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방의 각종 탱크와 중화기 지원까지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잘 뚫지 못하는 이유는 일명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라 불리는 대전차 방어시설이 전선 전체에 걸쳐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해당 방어선을 중심으로 각종 지뢰, 참호, 방공시설들이 계속 설치되면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좀처럼 이를 뚫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점령지 일대 설치한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의 모습.[이미지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점령지 일대 설치한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의 모습.[이미지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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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방의 최첨단 무기로도 뚫지 못하는 이 용의 이빨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진 아주 단순한 구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로 탱크를 수송하기 위해 벌였던 각종 노력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전선에서 높은 가성비를 보여주는 방어용 시설들의 역사와 용의 이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News) : "우크라이나 8주 동안 반격했지만…러 1차 방어선도 못 뚫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 바흐무트=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 바흐무트=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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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서방 고위관리들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최신 정보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해당 브리핑에서 미군이 분석한 우크라이나군의 전선 상황은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 서방 고위 외교관은 CNN에 "러시아군은 다층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제1 방어선조차 깨뜨리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전투를 지속한다 해도 최근 7, 8주에 걸친 공세에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그들이 더욱 더 고갈될 병력으로 갑자기 실마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반격작전이 예상보다 잘 안 풀리는 이유는 러시아군의 촘촘한 다층방어선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용의 이빨이라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콘크리트 방어시설과 지뢰밭, 곳곳의 방어진지들이 우크라이나 탱크의 진격을 막고 있고 각종 방공시설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반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탱크 및 차량 이동이 매우 어려워지는 가을철이 다가오면서 반격작전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북부 지대를 중심으로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주요 간선도로가 진흙탕에 갇히는 이른바 '라스푸티차'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은 그 이전까지만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역사(History)1 : 동서양 막론하고 쓰였던 마름쇠
서울시 광진구 일대에서 출토된 고구려군이 사용하던 마름쇠의 모습.[이미지출처=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 광진구 일대에서 출토된 고구려군이 사용하던 마름쇠의 모습.[이미지출처=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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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적의 진격 속도를 크게 늦추고 전선을 교착상태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의 방어시설은 오래전부터 발명됐습니다.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문명권에서 발견되는 '마름쇠'가 있는데요.

마름쇠는 적군 병사들과 말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성벽이나 목책 등 방어구조물은 물론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해놓던 것입니다. 주로 땅 밑에 숨겨놓곤 했는데 4개의 가시로 구성된 모양새가 흔히 물밤이라고도 불리는 마름 열매와 닮았다고 해서 마름쇠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사람이나 말이 지나가다가 발을 찔려서 쉽게 지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방어시설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마름쇠는 서울 광진구에서 출토된 것으로 고구려군이 한강 유역을 지배할 때 매설해놨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철기 사용이 활발해진 기원전 4세기 춘추전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많이 쓰였다고 하는데요.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에 661년 북한산성의 성주가 전쟁을 앞두고 마름쇠를 성밖에 설치해 사람과 말이 다니지 못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군사분계선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철책, 즉 철조망(Wire obstacle)은 1860년대 남북전쟁을 전후 발명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미국의 목장에서 소나 양의 탈출을 막기 위해 만든 울타리로 장미 가시덩굴을 본떠 만든 것이었다고 전해지는데요. 1904년 러일전쟁을 계기로 거의 모든 전장의 필수품처럼 여겨지게 됐습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철조망과 참호, 기관총을 중심으로 한 소모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는데 크게 한몫하게 됐죠.

◆역사(History)2 : 나치 독일이 지그프리드선에 설치한 '용의 이빨'…분쟁지역 상징물로
1944년 나치독일의 지그프리드 방어선을 돌파중인 미군의 모습. 삼각뿔 형태의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 곳곳에 산재해있다.[이미지출처=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1944년 나치독일의 지그프리드 방어선을 돌파중인 미군의 모습. 삼각뿔 형태의 대전차 방어시설인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 곳곳에 산재해있다.[이미지출처=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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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용의 이빨'이 출현하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라고 합니다. 당시 나치 독일이 네덜란드부터 프랑스 국경까지 약 630km 구간에 걸쳐 '지그프리드(Siegfriedstellung)'라 불리는 방어선을 구축하는데요. 프랑스군이 구축한 마지노선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방어선으로 알려져 있죠. 이때 이 방어선 곳곳에 용의 이빨이 설치됩니다.


당시 지그프리드선은 다층방어선으로 구성돼있었다고 합니다. 먼저 지뢰를 매설하고, 그 뒤에 약 1m 정도 높이의 용의 이빨이 설치됐고, 용의 이빨 사이사이에 또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그 뒤로는 철조망과 참호, 방어기지들이 들어섰죠. 특히 용의 이빨은 보통 2줄 이상이 설치됐고, 많은 지역은 4줄 이상 설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돌파가 까다로웠던 이 지그프리드선과 용의 이빨은 실전에서도 악명을 떨쳤다고 하는데요.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과 교전하던 연합군도 1944년 이 방어선을 직접 뚫지 않고 우회하기 위해 네덜란드 지역에 공수부대를 파견하는 '마켓가든 작전(Operation Market Garden)'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위험했던 이 작전의 결과는 좋지 못했죠. 이 용의 이빨이 결국 격파된 것은 1945년 3월, 나치 독일의 패망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2차대전 이후에도 여러 분쟁지역에 용의 이빨이 설치되곤 했는데요. 동구권 붕괴 이전 독일에서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에 설치됐었고, 옛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분쟁을 겪은 동유럽 국가들 곳곳에도 설치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휴전선 일부 지역에 남아있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자 접경지대에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예상보다 견고한 러 방어선…휴전과 장기화의 갈림길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반격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뢰 폭발 등 피하기 위해 일명 '스파이더 부츠(Spider boots)'를 신고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반격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뢰 폭발 등 피하기 위해 일명 '스파이더 부츠(Spider boots)'를 신고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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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방어선이 좀처럼 뚫리지 않으면서 앞으로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요.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잃더라도 하루속히 러시아와 휴전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군사 지원을 더 서둘러서 해달라며 상호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이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CNN은 서방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당초 기대와 달리 반격의 결과가 실망스러워지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원국들 사이에 상호 비난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동맹 내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속 서방의 군사 지원이 늦어져서 반격적 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고, 서방 국가들 안팎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지난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반격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군사) 장비가 부족할 때 매우 어렵다"고 서방의 더 빠른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도 계속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고,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이로 인해 다음 달까지 우크라이나가 반격적 전에서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을 위한 교섭과 무제한 장기전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도 민간인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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