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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뺑소니' 변명이 "쳐다만봐도 성희롱, 세상 흉흉해서"[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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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행동이 이상하잖아요. 피해자와 사고 현장 근처에서 웅성대는 사람들까지 봤는데, 어떻게 집에 그냥 갈 수가 있어요?(판사)

"요즘은 쳐다보기만 해도 성희롱과 연관되니까…."(피고인)


‘강아지 뺑소니’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남성의 변명이다. 그는 "사고 당시 강아지 주인이 소리치는 모습은 봤지만, 내 차가 강아지를 밟고 지나간 줄은 몰랐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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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20일 오후 8시. 남성 A씨는 벤츠 승용차를 몰고 서울 종로구의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B씨의 강아지를 앞바퀴와 뒷바퀴로 깔고 지나갔다. B씨의 비명에도 A씨는 주차차단기 앞에서 7~8초간 정차했을 뿐,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강아지는 동물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사망했다. 사고 현장 정리는 B씨와 다른 주민이 맡았다. B씨가 아파트 관리실에서 사고 차량을 확인한 뒤 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답이 없었다. A씨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와 먼발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했다. 검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벌금 2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그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미필적으로나마 사고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블랙박스 화면이 흔들릴 정도였고, 피해자는 비명을 질렀다. A씨는 정차하고 백미러로 당황한 피해자의 모습을 봤다"며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했다면 강아지 사고에 대해 알았을 텐데, 그대로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불복하고 항소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이태우)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은 "어두운 밤이었고, 짙은 색 소형견인 강아지를 볼 수 없었다. A씨는 ‘B씨가 단순히 이유 없는 시비를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만약 도망치려 했다면, 지하주차장이 아닌 더 먼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도 "세상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아 아예 연루되면 안되겠다 싶었다"며 "요즘은 쳐다보기만 해도 성희롱과 연관되니까, 오해를 살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항변했다.


재판장은 "잘못이 없다면 그게 불미스러운 일과 무슨 상관인가. 그럼 더욱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A씨는 "저도 강아지를 키운다.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면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항소심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달 22일 2심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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