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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탐욕은 곧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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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게이트’는 ‘현대판 버킷팅’
천재 뉴턴도 탐욕에 무너져

[시론]탐욕은 곧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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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게이트’로 주식시장이 시끄럽다. 라덕연 일당은 연예인, 프로골퍼, 병원장, 중견기업 오너 등을 내세워 다단계로 사람을 끌어모았다(폰지 사기). 이렇게 모은 투자자들로부터 계좌와 대포폰까지 넘겨받아 8개 기업 주가를 장기간에 걸쳐, 눈에 띄지 않게 올리며 거품을 만들었다(일임매매, 자전거래, 통정거래). 여기에 CFD(차액결제거래)라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빚을 내 투자 규모를 키웠다(빚투, 탐욕). ‘다단계, 모바일, 장기전, 장외파생’ 등이 주가조작을 교묘하게 은폐했다.


버킷숍(bucket shop, 양동이 가게)은 1820년대 영국에서 생겼다. 빈민가 아이들이 버려진 맥주통에 남은 술을 몰래 먹기 위해, 문닫은 가게로 가 양동이에 부어 마셨다. 버킷팅이다. 1870년대 미국에도 버킷숍이 생겼다. 양동이에 담긴 술을 마시는 선술집인데, 주식거래도 중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업자보다 수수료가 싸고, 증거금률은 낮아 더 큰 레버리지가 가능했다. 소액거래도 가능해 문턱이 낮았고, 가격변동에 따른 차액만 현금정산해 간편했다. 그런데 열악하니, 온갖 일이 벌어졌다. 선행매매, 시세조종, 그리고 실제 주식거래 없이 이뤄지는 차액결제(‘버킷팅’)까지. 이러다 물어 낼 돈을 감당 못하면 도주하거나 문을 닫았다.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은 “주식 실거래 없는 차액결제는 도박과 같다”며 버킷숍에 철퇴를 내렸다.

150년도 더 된 버킷숍을 소환한 건 라덕연 일당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정교하게 진화한 ‘현대판 버킷숍’이라고 할까. 예컨대 버킷숍의 증거금률은 1%였는데, CFD는 40%여서 빚투의 도박성을 희석시켰다(투자가능액이 각각 증거금의 100배와 2.5배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2.5배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차액결제 방식은 동일하지만, 최소한 주식 실거래가 없는 무대뽀는 비껴갔다. 버킷숍에는 없던 다단계와 모바일은 판돈을 키우고, 반칙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무기였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라덕연 관련주인 다우데이타 김익래 회장과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은 왜 이런 일에 연루된 걸까(※주식 유튜버 김태형씨는 미리 주식을 팔아 차익을 본 두 회장이 라덕연 일당과 무관치 않다는 합리적 추론을 한다. 주가조작의 1원칙이 ‘대주주가 물량을 내놓지 않아야 한다’인데, 라덕연 측이 두 회사의 대주주 물량이 나오지 않을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그 종목에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두 종목의 대주주 지분은 각각 60%, 75%를 웃돌아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50%+?’를 제외한 물량은 언제든 매물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지인들에게 라덕연 측 투자를 권유한 이중명 아난티그룹 전 회장은 왜 이런 일에 엮인 걸까. 최근 벌어진 하이브와 한앤컴퍼니 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의혹은 참담할 뿐이다. 모두 탐욕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1720년대 남해(South Sea) 주식 매매에서 탐욕을 부리다 전재산을 날렸다. 천재 명성에 금이 갔다. 정신을 차린 뉴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별들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탐욕은 곧 광기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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