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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이창용 총재의 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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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정치권 기준금리 인하 기대
요구 부응했다 경제 휘청일 수도
물가·금융 안정 위해 운전해야

[시시비비]이창용 총재의 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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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곧잘 폴 볼커 전 Fed 의장과 비교된다. 볼커는 1970~1980년대 미국을 괴롭혔던 고물가를 강력한 긴축으로 잡은 인물이다.


볼커 전 의장의 유명세와 달리 Fed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판을 받는 이가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 기간 Fed 의장을 역임했던 아서 번스다. 번스는 콜롬비아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1953년부터 1957년까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닉슨은 1969년 말 그를 차기 Fed 의장에 낙점했다.

1972년 재선을 앞둔 닉슨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번스를 압박해 금리를 내리도록 했다. 1970년 1월 8.71%였던 미 연방기금 금리는 불과 1년 만에 4.82%까지 떨어졌다. 결과는 혹독했다. 1973년 제1차 석유파동과 겹치며 미국의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1974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8%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대로 3.50%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셈이다.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동결을 예상하는 배경은 이렇다. 우선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3%대 숫자는 14개월 만이다. 경제 침체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미국 역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안개가 가득해 방향을 모른다면 차를 세워 안개가 사라진 것을 보고 길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금리인상기가 끝났다는 섣부른 기대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승객들은 운전자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넘어 이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대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부동산 시장이 기다렸다는 듯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개월 만에 3000건을 돌파했다. 주요 아파트 청약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고금리에 은행 예·적금으로 쏠렸던 시중 유동성은 대기 자금으로 이동 중이다.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 15일 기준 14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연중 최대다. 갈 곳을 잃은 돈들은 여차하면 부동산으로 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도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을 연출하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존재 목적은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한은이 반도체 수출을 되살릴 수는 없다. 물가가 하향 안정세라고 하나 아직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한다. 방심하는 순간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정치권이, 시장이 기대한 대로만 행동한다면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창용 총재가 다시 운전대를 꽉 잡을 때다.





강희종 콘텐츠매니저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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