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반격에 시간 필요…‘영토 양보’ 전제 협상은 불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협상론 차단
“크렘린궁 드론 공격은 러시아의 거짓 주장” 일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과 관련해 "기다려야 한다.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현지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가진 것으로도) 전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군인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훈련을 마친 전투 여단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도착을 기다리는 장갑차를 비롯해 여전히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와의 협상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반격으로 역량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서방의 지원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반격 작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면서도 자칫 무모한 반격으로 러시아가 유도하는 대로 장기전이 될 위험을 경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누구도)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보하라고 압력을 가할 순 없다"며 "도대체 세계의 어떤 나라가 푸틴에게 영토를 내줘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내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선거 때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 누가 아는가.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승리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러시아는 여전히 비축 물량이 많지만, 우리는 일부 지역에서 이미 러시아의 포격이 줄어든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일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크렘린궁을 공격해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주장을 러시아의 '거짓 깃발' 작전이자 자작극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은 '너희들이 이랬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상황을 정당화할 것을 찾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자작극은 러시아에서도 먹히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이 워낙 인위적이어서 자국 선동가들도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