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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살얼음판...4번 연속 韓성장률 낮춘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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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살얼음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전,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 경제 운용을 두고 꺼내든 말이다. 다음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또 낮췄다.

단순 수치로만 따지면 그간 기재부가 제시해온 1.6%,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힌 1.5%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과 내수 불황,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기 하강이 우려된다는 진단 역시 동일하다.


우려되는 점은 오히려 '숫자'가 아닌, IMF의 행보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 중 유독 한국에 대한 경제전망만 계속 낮추고 있어서다. 이번이 무려 네 번째다. 주요 20개국(G20)을 통틀어도 이러한 조정은 없었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4월(2.9%) 이후 4연속(작년 7월 2.1→ 작년 10월 2.0→ 올해 1월 1.7→ 올해 4월 1.5%) 하향 조정됐다.


IMF는 올해 1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선진국 중 한국, 영국의 전망만 낮췄다. 당시 영국은 트러스 전 내각의 대규모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따른 대혼란의 여파가 남아있을 때였다. 이번에는 한국과 함께 일본, 독일의 성장률을 내렸다. 모두 선진국 중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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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지난 13일 워싱턴DC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경제 전망을 4연속 하향한 배경으로 "당연히 악화한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한국의 수출, 투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또 코로나19 이후 소비 둔화, 지속된 통화 긴축 정책의 여파,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를 언급하면서 "이 모든 것이 소비에 영향을 미쳐 (한국의) 내수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의 연속 하향 결정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성장률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함을 시사한다. 경제 연착륙 여부를 가늠할 수출과 내수는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이상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최근 수출 부진이 제조업 기반 수출국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곤 하나, 한국의 수출 하락폭이 유독 더 크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른바 '수출경쟁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반등의 기회를 주던 중국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한국 경제로선 새 고민거리가 됐다. 추 부총리는 “과거처럼 중국을 통해 흑자를 많이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중국이 과거처럼 우리에게 빠르게 반등의 기회가 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연내 본격화하며 주변 교역국들에 긍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점 정도에 다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또 다른 문제는 내수 부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재정 여력이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권 위기 후폭풍이 향후 한국 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도 관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가계와 기업의 유동성 둔화, 한국 기업의 외화 조달 여건 악화 및 이에 따른 투자 감소 등이 불가피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풍에 쉽게 노출되는 특성도 갖고 있다. 어디서 무엇이 날라올 지 모르는 살얼음판 속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추 부총리가 뉴욕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집어 든 '포춘쿠키' 내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Don`t find fault, find a remedy'. 결점을 찾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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