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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안전 넘어 안심 사업장…중대재해 예방 '도원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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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교수

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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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본의 다카하시 테이지 교수는 "안심은 안전을 기초로 하고 신뢰를 통해서 얻어지는 견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제도적 개선 위주로 노력해 왔고 산재 감소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 이제는 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을 넘어서 안심 수준의 사업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3월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채택한 합의문은 그 의미가 크다. 이번 합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이 함께 도출한 첫 사례로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에는 노사정이 ‘원팀’임을 확인했다. 그야말로 노사정의 도원결의(桃園結義)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공익위원의 한사람으로 1년 3개월 동안 타 노사정 위원들과 함께 전문가 세미나, 현장 방문, 그리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합의문을 어렵게 도출했다.

이번 합의는 제도, 사업, 사고조사, 안전 문화 등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러 분야의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사항을 노사문제와 결부시키지 않고, 서로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겠다는 선언이 명시적으로 담긴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이는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해서는 노사가 항상 협의하고 개선해 나가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것이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노사정 합의문에서는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사 신뢰 형성에 아주 의미 있는 진전이다. 특히, 이런 합의문의 정신은 지난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발표한 정책 패러다임인 ‘자기규율과 엄중 책임’, 그리고 이를 위해 지향하고 있는 안전주체들의 ‘참여’와 ‘협력’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단, 영국의 자율규제는 정부의 법령과 동등한 수준의 규정을 사업주 스스로 만들어 실행하면 이를 법령준수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법률 집행체계에서 이와 같은 자율규제가 수용 가능한지 그리고 수용 가능하다면 법령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임을 판정할 수 있는 감독과정에서의 기술적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합의문은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이 서로의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공감대와 절실함을 토대로 조금씩 양보해 나감으로써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은 안전뿐 아니라 이중구조 해소 등 전체 노동자와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합의가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소중한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 단순히 선언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행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을 때 진정한 노사정 도원결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 활동 중 방문한 국내 한 철강사에서는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행복해서 안전한 사업장’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합의가 전국의 산업현장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안심 사업장으로 거듭나는 촉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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