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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잇수다]K-팝 위기론…'메가 기획자'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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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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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관훈포럼에 참석해 ‘K팝 위기론’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둔화하는 K팝 성장지표에 대해 “전년 대비 28% 감소한 인도네시아 스포티파이 내 K팝 점유율 등 동남아에서 K팝 역성장이 뚜렷해지고 있고, 2021년 대비 53% 감소한 K팝 빌보드 핫100 차트 입성 횟수, 그리고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인 K팝 음반 수출 성장 등이 그 근거”라며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엔터 업계 시총 1위 기업 수장이 꺼낸 위기론에 시장은 놀란 눈치였다. 연일 K팝 산업의 성과에 대한 상찬이 이어지고 있을 때, 그리고 SM 인수전에서 손을 뗀 직후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이라 더 주목받았다. 그는 눈부신 전성기를 누렸지만 쇠퇴해버린 1990년대 홍콩 영화와 일본 만화를 언급하며 “K팝 산업의 가치와 에너지가 훗날 추억으로만 회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영향력 뒤에 가려진 세계 음반 시장 매출 점유율을 들며 “K팝은 골리앗 3사 틈에 있는 다윗”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글로벌 메이저 3사의 세계 음반시장 매출 점유율은 67.4%에 달하는 데 반해 국내 주요 K팝 기업을 다 합쳐도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 미만에 그친 데서 온 비유다. 걸출한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지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뼈아픈 자성이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가 K팝 솔로 가수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 =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가 K팝 솔로 가수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 = 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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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된 위기의식 속 반가운 소식도 찾아왔다. 지난 4일 BTS 멤버 지민의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가수로는 최초 기록이고, 앞서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한국 가수 역시 BTS가 유일했다. 지민은 BTS 멤버 슈가가 진행하는 웹 예능 ‘슈취타’에 출연해 “'Like Crazy'는 동명의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며 “한창 방황할 때, 그게 방황임을 인지 못 하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맨날 술 마시고 취해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게 뭐라고 하는 멤버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슈가 역시 “그런 상황에서 옆에서 ‘괜찮아’, ‘힘내’라고 하면 더 엇나간다”고 말했고, 지민은 “BTS 라스베이거스 일정 때 정신을 딱 차렸다”고 각성의 계기를 밝혔다.


BTS라는 메가 IP 너머 K팝의 미래에 대해 앞서 방 의장은 ‘K란 정체성의 희석’을 들었다. 한국 엔터 기업이 기획한,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그룹의 성과에서 벗어나 해외 장르 레이블과의 협업, 그리고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K팝 그룹이 나올 정도까지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K팝 3.0 시대가 시작됐다. 국내 기획사가 제작했지만 멤버 전원이 현지 출신으로만 구성된 그룹이 대표적 예로 JYP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 ‘니쥬’를 선보이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방 의장은 K팝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사람’을 강조했다. 종전까지는 그 사람이 아티스트로만 귀결됐다면, K팝 3.0시대의 사람은 기획자, 나아가 하나의 시스템이자 인프라가 돼야 한다.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백범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다’고 소망한 높은 문화의 힘은 이제 1인 기획사에서 글로벌 아티스트를 거쳐 이를 반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제2의 메가 기획자의 체계적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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