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온천 유적지서 2300년 만에 고대 유물 24점 출토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작품으로 추정
“에트루리아와 로마 시대 전환기에 대한 중요한 증거”

이탈리아 시에나 인근 산 카시아노 데이 바니의 온천 유적지에서 발견된 청동 조각상.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시에나에서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유물이 2300년 만에 대거 출토됐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고고학자들은 시에나 인근의 산 카시아노 데이 바니에 있는 온천 유적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 고대 청동 조각상 24점을 발견했다. 유물이 발견된 고대 온천은 로마 시대 이전인 기원전 3세기 에트루리아 문명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온천에는 분수와 제단이 포함돼 있으며,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포함해 로마 제국에서 건강과 치료 목적으로 온천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상에는 아폴로와 히게이아 등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에 대한 묘사가 포함됐다. 조각상들은 원래 에트루리아와 로마의 엘리트 가문, 지주, 지역 영주, 로마 황제 등에 의해 성소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5점은 높이가 약 1m에 달하지만, 긴 세월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보존됐다. 에트루리아와 라틴 비문들과 6000개에 이르는 동전들도 함께 발견됐다. 인근에는 현대식 온천이 있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건강을 비는 행위로 동전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산 카시아노 데이 바니 발굴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이탈리아 고고학자인 야코포 타볼리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교수가 이끌고 있다. 그는 60명이 넘는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발굴 작업을 주도해왔다. 지난 8월에는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추정되는 유물이 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타볼리 교수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포함한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으로, 기독교 시대에 폐쇄되기 전인 5세기까지 사용됐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유물들이 "에트루리아와 로마 시대 사이의 전환기에 대한 중요한 증거"이며 온천은 평화의 안식처였다고 보고 있다. 에트루리아 문명은 로마 공화정이 도래하기 전 500년 동안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와 움브리아에서 번성했으며, 로마 문화와 예술 전통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타볼리 교수는 "외부에서 가장 끔찍한 충돌이 격렬했던 역사적 시대에도, 이 연못과 제단에서는 에트루리아와 로마 두 세계가 문제없이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문화부의 마시모 오산나 박물관장은 "리아체 청동상 이래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고대 지중해 역사상 청동 조각상으로는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고 밝혔다. 리아체 청동상 2점은 1972년 이탈리아 리아체 인근 칼라브리아 해안의 바닷속에서 발견됐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고학 발굴 중 하나로 꼽힌다.

고고학자들은 당분간 유물에 대한 복원과 추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유적지 발굴은 내년 봄께 재개된다. 제나로 산길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이탈리아가 거대하고 독특한 보물이 가득한 나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