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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참사만큼 참혹했던 '시스템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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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7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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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2022년 10월 30일 오전 3시. 기자가 평생 잊지 못할 가슴 아픈 현장을 목도한 시간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일부가 안치돼 있는 ‘원효로다목적체육관’. 믿지 못할 뉴스로 접하고 기자의 집과 5분 거리인 체육관을 부랴부랴 찾았다. 기업을 취재하는 산업부 소속이지만, 국가적 참사 앞에 출입처의 경계는 상관없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절망감이었다. 특히 참사만큼이나 참혹한 ‘시스템 붕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화가 났다.


우선 희생자의 유가족, 친지들에 대한 방치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당혹감과 함께 울분을 토해냈다. 아들과 딸, 친구 등이 연락이 안돼 무작정 가장 희생자가 많이 안치돼 있다는 원효로체육관으로 달려왔지만 헛수고였다.

희생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된 다른 기기로 위치 찾기를 해 원효로체육관으로 달려왔다는 사연도 있었다. 다산콜센터, 112, 119, 현장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다.


희생자의 가족과 친지를 아무 대책 없이 원효로체육관 밖에 세워놓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였다. 정부는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안치시킨 후 가족과 친지들을 통해 최종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가족과 친지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주변 실내 공간에서 대기 할 수 있게 안내할 수는 없었을까. 마음을 크게 다친 상황에서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 새벽이라 추위에 떠는 사람이 많았는데 말이다.


취재 도중 한 대기업의 기증 스티커가 붙은 담요와 생수가 현장에 마침 도착했다. 원효로체육관 밖에 대기 중인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해주는 물품이라고 짐작했지만, 해당 물품들은 곧바로 원효로체육관에 들어갔다. 체육관 밖 가족과 친지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울며 체온으로 추위를 견딜 수밖에 없었다.

현장 직원에 대한 처사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용산구청은 비상소집을 통해 상당한 숫자의 공무원을 원효로체육관으로 파견했다. 이들 공무원의 역할은 희생자가 체육관 밖으로 나와 구급차로 이송될 때,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해 몸으로 벽을 쌓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 희생자가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이들도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꼭 그 장면을 그들의 눈으로 보게 해야 했을까. 이들의 트라우마는 누가 책임을 져주는가. 현장에서 누군가가 공무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라는 간단한 한마디를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참사는 우리 사회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거울이다. 현장에서 만난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은 수준이었다. 희생자와 부상자들에 대한 대책과 대비책은 참사로 인해 공론화가 됐으니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가족과 친지, 수습을 위해 나선 공공 인력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참사로 인해 마음을 다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간적인 접근이 이뤄졌으면 한다. 이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번 참사를 극복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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