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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지우는 애플 에어팟프로2, '침묵의 사운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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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출시 앞서 미리 써보니‥노이즈 캔슬 성능 ↑
애플, 이어폰용 반도체 업그레이드에 방점
반도체 향상으로 음향기기 아닌 모바일 기기로 발전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애플이 지난달 출시한 에어팟프로2. 귀에 꽂는 순간 귀가 투명해진다. 출근 길 지하철 소음도, 굉음을 울리는 중장비 소리도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귓 속에 남은건 백지와 같은 침묵이거나 음악, 오디오 북의 소리 뿐. 사이먼앤가펑클의 히트곡 '침묵의소리'(Sounds of Silence)가 이런 것일까. 음악을 듣다 전화 통화 전환, 인공지능 시리 불러오기 등도 자연스럽다.


에어팟프로2의 투시도에도 H2칩을 합성한 모습.

에어팟프로2의 투시도에도 H2칩을 합성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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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출시한 무선 이어폰 '에어팟프로2'를 한주일 사용하며 느낀점은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다. 한주,아니 단 몇시간만으로도 이 작은 이어폰에 전세계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있었다. 단순히 음악을 듣던 이어폰을 첨단 스마트 기기로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은 나와있다. 반도체다. 스마트폰, 시계, 컴퓨터에 이어 이어폰까지 이어지는 애플 전용 반도체는 특유의 폐쇄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결합을 통해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애플 반도체의 발전은 기존 반도체 업계에도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이어폰을 통해 애플 반도체, 즉 '애플 실리콘'의 실체를 들여다 본다.

에어팟프로2는 'H2'라는 SoC(System on Chip) 반도체를 품고 있다. 애플도 이를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어폰, 스피커라면 당연히 드라이버가 핵심이겠지만 애플의 생각은 달랐다. 보통의 이어폰이라면 음질을 최우선 기능을 홍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애플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이어폰이 음질이 더 좋은 이어폰과의 승부에서 이길 수있다는 자신감을 대변한다.


애플이 제작한 반도체들은 자세한 성능이나 제원을 알기 어렵다. 아이폰14프로에 새로 사용된 A16칩, 에어팟프로2에 사용된 H2칩은 최신제품인데다 애플의 비밀 주의로 상세한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그나마 3년전 선보인 H1칩을 통해 H2의 성능이 어느정도 개선됐는지 추정해 볼 수있다. H2는 H1에 비해 두배나 많은 10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합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H1칩은 아이폰4의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십년전 구형 모델이지만 아이폰의 심장이었던 칩이 이어폰으로 들어왔다. H2칩의 경우 3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파악된다.


H계열 칩은 영국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애플이 개발했다. 오로지 이어폰과 헤드폰만을 위해 설계됐다. H칩은 블루투스무선 연결, 음원 디코딩 처리를 위한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각종 센서 관리 등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애플은 H1칩이 초당 200회의 연산을 한 반면 H2칩은 4만8000회의 연산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세싱 파워가 늘어난 만큼 더욱 정확한 소음 제어가 가능해졌다. 애플은 에어팟프로2의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성능이 2배 늘어났다고 한다. 수치를 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H1칩을 사용한 기존 에어팟프로에 비해 신형 에어팟은 주변소음을 더 많이 걸러냈다.

애플은 이어폰이 청력을 떨어뜨린다는 편견을 거부한다. 오히려 에어팟프로2를 콘서트장에 쓰고 가라고 조언한다.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큰 소리는 걸러주고 현장의 음악을 그대로 즐길 수있게 해 준다는 설명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H2 칩을 거쳐 처리된다. 반도체 성능 향상은 또다른 잇점을 제공했다. 애플측은 H2를 통해 새로운 노이즈 캔슬링을 선보였다. 적응형 주변음 허용 기능이다. H2칩은 소음중에서 사이렌 소리, 전동 공구 등 유달리 시끄러운 소리만을 제거해 준다. 소음은 줄이돼 대화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한다.


사용시간, 통화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이 역시 더욱 미세화된 H2칩 공정탓으로 볼 수있다. 반도체는 더 좁은 선폭으로 제작될 수록 크기와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반도체 공정기술의 발전만으로도 같은 성능의 칩을 더 작은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미세 공정 반도체를 선호하는 이유다.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는 대만 TSMC가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어팟프로도 최고는 아니다. 최고의 음질을 원할 경우 애플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소니, 보스 등 애플에 앞서 ANC 기능을 포함한 이어폰, 헤드폰을 만든 기업들도 있다. 음질은 애플보다 우수하다는 게 많은 이용자들의평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음질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새로운 반도체까지 개발하며 미래 지향적인 이어폰에 열중한다.

소음을 지우는 애플 에어팟프로2, '침묵의 사운드' 비결은? 원본보기 아이콘


다른 기업들도 뛰어난 반도체를 사용한 이어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애플과의 격차가 발생한다. 애플은 자체 생산한 반도체를 자사 제품에만 사용한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적용해도 막대한 판매량은 부담을 덜어준다. 경쟁사는 이어폰을 위해 전용 반도체를 제작하기 어렵다. 시도 조차 어렵다. 다른 칩을 사오려 해도 입맛에 딱 떨어지는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다. 범용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를 구했다고 해도 소프트웨어와 결합하기 위한 노력이 결부돼야 한다. 이런 격차가 애플 에어팟과 다른 이어폰을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H칩의 경쟁제품도 있다.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BES도 비슷한 칩을 만든다. 애플과 경쟁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용할 이어폰에 사용할 수 있는 칩이다. 에어팟프로와 경쟁하는 삼성의 갤럭시버즈는 중국계 브로드컴, BES의 칩을 사용했다.


안드로이드폰 리뷰 매체인 안드로이드오서러티는 퀄컴 칩도 최신 성능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퀄컴은 영국 CSR를 인수해 모바일 기기용 오디오 칩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안드로이드 진영도 대안 SOC가 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오소러티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애플 만큼 이어폰에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많은 소비자, 특히 애플 사용자들은 거리낌 없이 고가의 에어팟을 구매한다. 에어팟프로2는 35만9000원이다. 저가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에어팟프로2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반도체의 힘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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