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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재택근무 등 변화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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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10곳 중 7곳 "여전히 재택근무 시행"
중소기업 도입률 현저히 낮아
기업 규모 업종 간 격차 벌어질 수도

'코로나발' 재택근무 등 변화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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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바뀌었던 근무 방식을 정식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하는가 하면 주4일 근무제 도입에 시동을 걸기도 한다. 대체로 변화된 근무 환경이 생산성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변화된 근무 환경의 혜택이 소수 기업에만 집중돼 기업 규모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카카오부터 SK텔레콤까지 대표 IT기업이 선제적으로 변화 추세에 편승하면서 근무 형태 변화 바람이 대기업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8일 매출 100대 기업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재택근무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2.7%가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 수는 66개사로 사무직 기준이다.

재택근무뿐 아니라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7월4일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이어 같은 달 8일부터 ‘격주 놀금’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격주 놀금 제도는 사내 모든 구성원이 격주 금요일마다 쉬는 제도로 주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하기 전 시범 운영 성격을 띠고 있다. SK텔레콤도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이번 달부터 한 달에 두 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3년간 계속된 팬데믹은 근무 환경에 변화를 가져왔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재택근무와 단축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았고 이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됐다. 재택근무가 익숙지 않았던 코로나 초기엔 직원들의 근무 태만으로 인한 기업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재택근무, 단축근무 등이 오히려 구성원들의 사기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기업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30인 이상 기업 6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근근무와 재택근무 사이에 뚜렷한 생산성 차이는 없었다. 전체의 53.6%가 ‘생산성에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고 18.7%는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41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86.9%에 달했다.

문래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가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문래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가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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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코로나가 바꿔놓은 직장 문화가 정착하는 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택근무와 주4일 근무제 등 바뀐 근무 환경의 혜택이 대기업ㆍ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코로나 유행 절정 당시,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것과 달리 생산ㆍ유통ㆍ판매직 비중이 높은 기업은 현장 출근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직접 상품을 제조해야 하는 등 업무 특성 탓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같은 기업 안에서도 근무 여건이 달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체 인원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도 근무여건 변화는 ‘먼 나라 얘기’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탓에 재택근무와 단축근무 등을 운영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업종 규모가 작을수록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는 비율을 살펴보니, 300인 이상 규모는 51.1%, 100~299인 규모는 67.4%, 30~99인 규모는 72.5%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에 재직 중인 최씨(35)는 “우리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수십 만명씩 쏟아질 때도 지하철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면서 “대기업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근무 여건이 개선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다간 기업 규모와 업종 간 근무 환경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인턴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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