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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준비했는데 또?"…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에 비판 봇물

최종수정 2022.05.23 14:06 기사입력 2022.05.23 14:06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12월1일로 유예 발표
"소상공인에 라벨값인건비 등 부담 전가된다" 비판받아와
환경단체 "이미 2년 유예된 정책…환경에 대한 정부·기업 태도 우려스러워"

환경부는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앞두고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공개 시연회를 진행했다. 시연회는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후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을 반환받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날 매장에서 직원이 컵에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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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환경부가 오는 6월10일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컵 보증금제) 시행을 유예하면서 환경단체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간 컵 보증금제는 비용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돼 탁상행정에 불과하단 비판을 받아왔고, 국민의힘도 소상공인의 피해를 이유로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이미 2년 전 도입이 결정된 환경 정책을 또다시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환경부는 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오는 12월1일까지 유예한다"며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알렸다.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이 컵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돌려 받는 제도다. 환경부는 소비자가 컵 반환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의 컵 규격을 통일하기로 했다.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 아닌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컵을 반환할 수 있게 되면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해당 제도가 정착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환경부는 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연간 23억개의 플라스틱컵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은 연간 28억개로 국민 1인당 매년 56개씩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소상공인들은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된다며 제도 시행에 반발해왔다. 반환컵에 붙이는 라벨비용, 회수한 컵을 자원재활용업체에 보내는 처리 비용이 모두 점주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컵 세척에 드는 수도세와 세제값 등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반환할 컵을 모두 세척해 보관하는 등 일거리가 늘어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소상공인들은 수거 시스템이 미약하다는 점을 들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주장은)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불편함이 없게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면서 "제도 시행 대상 점포가 전국 3만8000여곳인데 수거업체는 100곳에 불과해 한 수거업체가 380개 매장을 관리하는 셈이다. 하루에 매장 100곳도 돌기도 힘든데, 사실상 한 매장당 일주일에 한 번씩밖에 수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매장은 (이미 사용한) 비위생적인 컵을 일주일 동안 매장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인데, 매장이 아니라 그냥 쓰레기장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이어 일회용컵 공공 수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복권판매소와 같이 기초생활 대상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에게 컵 반납이나 관련 스티커를 판매할 수 있는 수거 관련 업소 허가를 내주면 (제도)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환경부에 요청하며 소상공인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성일종 의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컵 보증금제는 순환 경제 및 탄소 중립 추진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부합하며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컵 미반환 시 커피값 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외식 물가가 오르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시연회를 통해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후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300원)을 반환받는 과정을 홍보하고 점검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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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단체는 컵 보증금제 유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이미 수차례 논의된 바 있고,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컵 보증금제는 2년 전부터 예고됐던 제도로, 지난 2020년 6월 '자연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올해 6월로 미뤄졌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컵 보증금제의 유예를 두고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제도 도입이 결정된 지난 2020년) 당시에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2년을 둔 것인데, 또다시 연기하겠다는 (환경부의 결정은) 정책 일관성도 없고 참 안타깝다"며 "폐기물, 플라스틱 문제 심각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컵 보증금제 시행은) 6개월 미룬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고, 이미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제도 시행을 미루는 현재와 같은 정부·기업의 태도로는 6개월 뒤에도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장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제도 자체가 번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면서 제도 유예의 책임이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봤다. 신 사무처장은 "2년의 유예기간동안 정부는 (자영업자·프랜차이즈 등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등) 무책임했고,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말하면서도 환경 책임을 회피하며 (제도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기업이라든지 국가 차원에서의 환경 정책은 퇴보 수준이 아니라 거꾸로 역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제도를 수용할 만큼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는데 정부와 기업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컵 보증금제에 소극적인 기업들을 상대로 소비자 불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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