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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미ㆍ중 갈등은 전국시대 합종연횡 글로벌 확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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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주(周) 왕의 힘이 약화되자 진(秦), 연(燕), 조(趙), 제(齊), 위(魏), 한(韓), 초(楚)가 중국 대륙 패권을 놓고 일어났다. 이들을 전국 7웅(雄)이라고 한다. 제후에 불과했던 이들이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시작한다. 전국 7웅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는 진이다. 6웅은 진과 1대1 맞짱 뜨기를 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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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등장한 인물이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다. 소진과 장의는 귀곡선생(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시조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의 문하생이다. 귀곡선생의 가르침을 먼저 현실 정치에 적용한 이는 소진이다. 소진은 자신의 책략인 합종책을 들고 연나라를 찾아간다. 소진은 6웅이 서로 힘을 합치면 진나라와 맞서 싸울 수 있다며 연나라 왕을 설득했다. 소진은 이어 조나라와 제나라, 위나라, 한나라, 초나라를 찾아 합종책만이 살 길이라며 동맹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냈다. 합종책의 핵심은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 강자를 하나씩 제거, 천하를 통일한다는 것이다. 소진은 6웅의 공동 재상에 오르면 권세를 누렸다.


이 무렵 소진과 동문수학한 장의가 귀곡선생의 가르침에 마치고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 장의의 책략은 연횡책이다. 연횡책은 동난서대(東亂西大)라는 중국 대륙의 권력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강력한 나라인 진나라가 나머지 6웅을 관리ㆍ감독해 천하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장의는 우여곡절 끝에 진나라의 재상이 된다.

소진이 암살되면서 합종책과 연횡책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진나라는 연횡책을 앞세워 6웅을 와해시킨다. 균열은 제나라에서 시작됐다. 진나라에서 땅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제나라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소진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한나라를 시작으로 조나라, 위나라, 초나라, 연나라, 제나라가 차례로 멸망한다. 기원전 221년 진왕 정(진시황)이 중원을 통일, 혼란했던 전국시대가 막을 내린다.


2022년 세계정세는 전국시대 글로벌 확장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진영이 결속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러시아는 춘추시대 진(晉)나라다. 진은 한ㆍ위ㆍ조로 분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련이 붕괴한 만큼 러시아는 변수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옛 소련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흘러간 물이다. 상수는 역시 중국(秦)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일부 국가들이 중국 편에 섰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연횡책에 가깝다.


패권국 미국(주나라)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쿼드(Quadㆍ미국, 호주, 인도, 일본 협의체)와 오커스(AUKUSㆍ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라는 합종책으로 새판을 짰다(전국시대 주나라는 빈 껍데기였지만 2022년 현재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손놓고 구경만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가뜩이나 중국의 패권 야욕에 신경이 쓰인 터에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재차 확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 진영의 선이 분명해졌고 미국의 중국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중국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00여 년 전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이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적이 되고,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맹방이 되는 냉혹한 국제 관계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권력을 쥐기 위해, 패권을 얻기 위해, 이익을 얻기 위해 이합집산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 주변국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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