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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 석유는 여전히 많은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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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급감했던 석유소비
올해 역사상 최고 경신 전망
개도국의 도시화·산업화로
2040년까지 소비 늘어날 것

'석유=에너지원' 인식은 잘못
옷·폰·가전 등 생활도구 원료
석유산업은 성장·고용의 한축
흔들리지 않는 자원확보 필요

편집자주아시아경제신문은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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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1억배럴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듬해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석유 소비량이 급감했지만, 다시 2021년부터 석유 소비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2019년의 소비량을 넘어서며 다시 역사상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1분기 일일 평균 석유 소비량은 2019년 일일 평균 소비량의 98% 수준까지 도달했다. 항공유 수요가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소비량에 근접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연간 기준 석유 수요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며, 그 증가 추세는 2040년 전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왜 석유 소비는 줄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화와 산업화다. 사실 이것이 석유 수요 증가의 거의 대부분을 설명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은 여전히 도시화와 산업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 차량, 각종 산업시설이 증가한다. 또 사람들의 이동과 생필품 소비도 늘어난다. 개도국에서 석유 수요 감소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 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석유 소비는 약 80% 증가했다. 같은 시기 OECD 국가의 석유 소비는 정체했지만, 비 OECD 국가의 수요가 세계 석유 소비 증가를 이끈 것이다. 이 추세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인구는 13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약 16%를 차지하지만 석유 소비 비중은 세계 소비량의 4.0%에 불과하다. 인도의 인구는 14억명으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이지만 석유 소비량은 5.3%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간 석유 소비 증가에서 가장 큰 역할은 한 것은 중국이었다. 이 기간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약 50% 증가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코로나19로 세계 석유 수요가 급감한 2020년에도 석유 소비를 늘렸고, 앞으로의 증가세도 주도할 것이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인구만 합쳐도 40억명이 넘는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외에도 개도국은 산재해 있다. 개도국의 산업화와 도시화 추세가 멈추지 않는 이상 석유 소비는 향후에도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보다 경제 환경이 열악한 국가들이 태양광, 풍력, 수소 등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작년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아직도 지구상에 약 10억명이 전기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고, 이것이 향후 에너지 수요 증가를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석유는 에너지원이면서도 동시에 오늘날 거의 모든 재화의 원료로 사용된다. 언제 어디서든 주위를 둘러보면 생활의 거의 모든 도구가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TV·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주택과 차량 내장재 등 각종 문명의 이기들이 석유가 원료인 합성수지로 제조된다. 우리가 입는 옷도 대부분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나일론 등 석유 원료의 합성섬유다. 이 외에도 세제, 샴푸, 화장품, 페인트, 아스팔트 등 석유가 쓰이는 제품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점에서 석유를 에너지원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석유의 ‘원료’로서의 용도가 ‘연료’로서의 용도보다 생활과 더 밀착해 존재하고 더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IEA는 향후 에너지원으로로 석유 수요보다 석유화학제품용 석유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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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여전히 많은 것을 결정하고 있다. 석유는 여러 상품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산업과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선결 조건이다.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거의 모든 경제 지표는 안정적 에너지 수급에 연동돼 있다. 당장 휘발유 가격과 전기요금 변화에 민심이 흔들린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액에서 제품유 및 석유화학제품이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석유 관련 산업은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기도 하다.

석유라는 필수 자원을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력이란, 필요한 것은 스스로 갖추는 능력에 기초한다. 국방이든, 식량이든, 에너지 자원이든 필요한 것을 일방적으로 해외에 의존할수록 국제정세에 휘둘리고 자주성은 잠식당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유 수입 대국이고 석유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불안한 수급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원 확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산유국에서 석유 개발을 통해 지분 원유를 확보하고, 석유 비축사업을 통해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은 중요한 과업이다. 석유 시장에서 일방적 구매자에 머물기보다 산유국과 공동 석유 개발, 공동 비축사업 등을 통해 산유국과 협조 체계를 넓혀 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그 자체로 비상시 석유 수급에 도움을 주고, 석유사업의 참여자로서 산유국을 제어할 수단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국내 대륙붕에서 탐사와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석유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더 지혜로운 석유 소비를 통해 석유 소비량 자체를 줄여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인 시기에는 석유뿐만 아니라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수많은 해법과 전략 중 확실한 한 가지는 우리가 각 에너지원의 확보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의존의 심화는 종속의 심화를 낳을 뿐이다. 외교와 동맹도 우리의 능력이 갖춰졌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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