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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꽂고 단식하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관도 짜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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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부터 단식했지만 계속해서 어지럼증 호소…건강 문제로 멈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피해호소 및 진상규명 말하지만…해결책 보이지 않아

지난달 31일 만난 단식 중인 서영철 빅팀스 대표. 그는 인터뷰하는 중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건강이 좋지 못해 몰골을 보여주기 힘들다며 모자까지 눌러썼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지난달 31일 만난 단식 중인 서영철 빅팀스 대표. 그는 인터뷰하는 중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건강이 좋지 못해 몰골을 보여주기 힘들다며 모자까지 눌러썼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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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달 26일부터 SK본사 후문 앞에서 시작됐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의 단식 농성은 13일 만에 멈췄다. 서영철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범단체 빅팀스 대표가 지난 6일 새벽 갑작스러운 빈혈 등 건강문제로 응급실을 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코에 호스를 꽂으며 호흡조차 힘겨운 그들에겐 오래 버틸 수 없는 농성 방식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단식 시작 5일째 서 대표는 이미 앉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를 만나러 사람들이 찾아와도 그는 계속해서 어지럼증만 호소했다. 그가 단식 중에 섭취한 것은 이온음료와 약뿐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그는 숨이 차서 몇 번씩 가슴을 부여잡았다.

단식 현장도 낙후됐다. 아직 밤엔 쌀쌀한 날씨였지만 파란색 천막만 바람을 막고 있었다. 스티로폼과 전기장판 등이 서 대표의 몸을 데웠다. 천막 옆으로 버스가 지나다닐 때마다 천막은 흔들렸다.


이 상황에서도 서 대표는 단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뜻을 밝혔다. 서 대표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그 광고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권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만난 단식 중인 서영철 빅팀스 대표. 그는 단식 중에도 많은 양의 약을 섭취하고 있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지난달 31일 만난 단식 중인 서영철 빅팀스 대표. 그는 단식 중에도 많은 양의 약을 섭취하고 있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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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사용한 것은 2007년이다. 가습기를 계속해서 씻어주는 것도 귀찮았던 와중에 광고에서 가습기살균제를 ‘똑똑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쓴 후 다음날 아침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렇게 상쾌한 아침이 없었다”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다는 선택에 후회는 없었으며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미련하다며 사용을 권했다”고 말했다.

그의 폐는 2008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이 때문일 것이라고 넘겨짚으며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를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추정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터졌다. 당시에도 그는 “그래도 어린 아이정도만 가습기살균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숨쉬기 힘든 상황에 이르자 그는 병원으로 향했다. 결과는 천식. 이유도 없이 폐기능도 망가진 상황이었다. 추가적으로 검사를 받으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협심증 등 질환도 지니고 있었다. 그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임을 알고 난 이후부터 더 많은 질병이 찾아왔다. 그는 현재 공황장애와 우울증, 엉덩이의 수포 등 여러 병을 앓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서 벌이도 없어졌다. 과거 경남 창녕에서 꽤 큰 토끼농장을 운영했지만 최근 6~7년 동안 그는 돈을 벌지 못했다. 그 와중에 쌓이는 건 빚뿐이었다. 그의 생활도 없어졌다. 가장 좋아하던 사회인야구단 활동도 더 이상 하질 못한다. 그의 집엔 야구단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장비를 갖췄지만 쓸모없는 물건이 돼 버렸다.


7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위치한 조정위원회 진입이 가로막히자 주저앉았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7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위치한 조정위원회 진입이 가로막히자 주저앉았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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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피해 호소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정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최종 조정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은 이를 반대했다. 조정안은 전체 피해자의 50% 이상과 모든 기업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서 대표는 “관을 짜놓을 각오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내가 죽더라도 다른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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