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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다이어리]'피자의 법칙' 깨졌다...뉴욕 피자로 본 美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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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먹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피자 먹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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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에는 이른바 '피자의 법칙(pizza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 수십년간 뉴요커들이 부담 없이 즐겨온 피자 한 조각의 가격이 뉴욕 지하철 편도 요금 가격과 연동된 흐름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뉴요커 에릭 브람은 1980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1960년대 초반부터 피자 한 조각의 가격이 뉴욕 지하철 요금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2014년 콜롬비아대학의 재러드 랜더 통계학 교수는 피자와 지하철 비용에 대한 포괄적 연구를 실시한 결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2022년 초, 뉴욕에서 피자 한 조각의 가격은 이제 지하철 요금을 훨씬 웃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격 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피자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뉴욕시에서 피자 한 조각의 평균 가격은 3.14달러로 파악됐다. 뉴욕시 지하철 편도 요금 2.75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맨해튼(3.26달러), 브롱스(3.15달러), 퀸즈(3.10달러), 브루클린(3.06달러), 스탠튼섬(3.12달러) 등 5개 자치구역별 평균 가격도 모두 3달러를 넘어섰다.


여전히 뉴욕시 곳곳에는 도시의 명물 먹거리로 꼽히는 '99센트 피자' '1달러 피자'를 종종 찾아볼 수 있고, 일부 피자가게는 지하철 편도 요금과 동일한 조각 당 2.7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1달러 조각 피자가게의 폐업이 잇따랐고, 최근 가격 인상 추세도 뚜렷하다.

이는 무엇보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탓이 크다. 통신은 최근 '피자 가격이 지하철 요금을 넘어서며 수십년간의 뉴욕시 경제학을 뒤집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여파에서 피자의 법칙이 깨진 원인을 찾았다. 치즈, 밀가루, 토마토 등 기본 식재료비부터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까지 급격히 올랐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 치즈 가격은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5% 이상 뛰어 올랐다. 최근 3년간 인상폭은 약 10%에 달한다. 밀가루 가격은 최근 1년 간 11.6% 상승해 10여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가스 유틸리티 평균 가격 역시 지난 1년간 무려 24% 급등했다. 모두 피자 가격 인상 압박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여기에 인건비도 치솟았다. 작년 9월말을 기준으로 한 뉴욕시 식품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했다.


반면 뉴욕 지하철 요금은 2.75달러로 동결됐다. 과거 피자 가격이 오르면 수개월 내 지하철 요금이 인상됐던 사례들과 달리,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도 확실시된다. 앞서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공개한 주 예산안에는 올해 MTA의 요금 동결을 위한 재원이 포함돼있다.


살인적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조각 피자만큼 가성비 높은 저렴한 식사를 찾긴 어렵다. 깨진 피자의 법칙은 결국 다른 식당들의 가격 등 전반적인 물가를 더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뉴욕 피자 가격이 4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진 않아서다. 당장 이달 공개되는 물가 지표부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2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월의 7.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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