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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기조는 깨졌다…우크라 사태가 촉발한 '경제 블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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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화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화상으로 연결해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국 내에서 자행한 '부차 학살' 등을 언급한 뒤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화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화상으로 연결해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국 내에서 자행한 '부차 학살' 등을 언급한 뒤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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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정현진 기자 ]"러시아의 전쟁이 세계화에 종말을 고하고 있다."(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

"경제 디커플링의 악몽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데이비드 도드웰 홍콩-APEC 무역정책연구그룹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 질서까지 재편하고 있다. 서방 진영이 경제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지난 30년간 쌓아온 세계화 기조는 무너졌고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화’가 촉발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년 가까이 지속된 공급망, 무역 혼란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여파가 크게 △미국·EU·주요7개국(G7)으로 대표되는 서방국가와 △중국·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세력 간 충돌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균열 현상은 수출로 성장한 한국 경제와 기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5일(현지시간) 추가 대러시아 제재를 예고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경제적 분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등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이어 EU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잇따른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에 대량으로 사들이며 친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고 러시아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리를 적대시하는 국가들로의 식량 수출은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우호국에 대한 식량 수출 제한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에너지에 이어 사실상 식량도 무기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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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경제 블록화를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공급망이 마비되며 탈 세계화 경향이 나타난 가운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의 ‘부식’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제 세계 경제는 중국 중심과 미국 중심의 블록으로 분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드웰 대표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 디커플링의 악몽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팬데믹 기간의 혼란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성장, 전략, 운영, 자원 할당 등이 총체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5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 사업의 철수나 축소에 나섰다. 최악의 경우 공급망 이분화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블록화는 유엔(UN) 총회에서도 확인된다. 전쟁 발발 6일 후인 지난달 2일 유엔 긴급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은 러시아를 규탄했지만, 5개국은 반대표를, 35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미국 언론들은 아프리카에서만 17개국이 기권을 택한 점에 주목하며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하며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무관심을 표하며 사실상 러시아를 지원해주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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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그림자 속 무역의 연결성’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대조적인 분위기를 전하면서 "통합의 정도가 약화한 미래 세계 경제의 구분선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이러한 블록화가 심화하면 오히려 친러 국가들이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당시 투표를 기반으로 무역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반러 국가들의 전체 수입량 중 76.8%가 블록 내 무역인 반면, 러시아를 규탄하지 않은 국가들의 블록 내 무역은 4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 베커스 세계무역기구(WTO)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미국 중심 블록과 중국 중심 블록으로 분리되면 2040년 전 세계의 부는 지금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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