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가 운전 시켰다"…'을왕리 음주운전' 운전자, 법정서 눈물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본 뒤 눈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배달을 하던 50대 치킨집 사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운데)가 지난 9월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치킨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가 법정에서 '동승자의 지시에 따라 운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김지희 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차량 운전자 A(34) 씨는 "동승자가 운전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동승자 B(47) 씨가 운전하라고 시킨 사실 있느냐'는 B 씨 변호인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B 씨가) 그런 지시를 언제 했느냐'는 질문에는 "호텔 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뒤 B 씨 차량으로 가면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가 "차 안에서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B 씨가 '편의점 앞까지 가자'고 했고, (제가) 운전을 하게 됐다"며 "앞을 향해 손짓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9일 오전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편도 2차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현장. / 사진=인천 영종소방서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서는 당시 A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편의점을 지나 우회전한 뒤 중앙성을 침범하고, 마주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을 보던 A 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치킨 배달 중 A 씨가 몰던 차량과 충돌해 숨진 C(54) 씨 측 변호인 2명은 합의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B 씨 주장을 들으니 잘못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진정한 사죄가 전제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9월9일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벤츠 스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훨씬 넘는 0.194%였다.

한편 동승자인 B 씨는 A 씨가 차량 운전석에 탈 수 있도록 자신의 회사 소유인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려 가해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해당 사고는 같은 달 10일 피해자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선 글을 올리면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자신을 C 씨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인터넷 뉴스에서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119보다 먼저 변호사를 찾았다고 하고, 동승자는 바지벨트가 풀어진 상태였다고 한다"며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났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 책임감 때문에 늘 직접 배달하셨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