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후 文대통령 메시지, 非정치이슈에 집중…정치 리스크 관리, 10일이 상황 변화 분수령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12월 정국이 '격랑'에 휩싸여 있지만 청와대는 정국 이슈에서 한 발 비켜선 채 비(非)정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야권은 시민사회와 함께 문재인 정부 퇴진 투쟁의 깃발을 올렸지만 청와대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 8일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민생·경제 분야에 집중돼 있다. 특히 10일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와 관련한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야당은 결사 항전의 자세를 보이고 여당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데 청와대는 정치적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페이스북 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오늘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된다"면서 문화예술인 생활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강조했다. 정치 현안이나 검찰 개혁 관련 내용이 아니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정치 현안에 대한 담판을 요청한 9일에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보 기증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야당의 정치적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7일 수석·보좌관 회의 때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여당의 입법 속도전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강공 드라이브를 주문한 뒤 정치적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를 향한 야당의 대화 요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풀어야 할 사안이지 청와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겼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입법폭주에 대해 문 대통령을 직접 정조준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폭주의 배후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다"며 "제2의 6·29 선언을 통해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이후에는 청와대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 총장에 대해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고 여당이 공수처 처리를 강행한다면 정국의 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윤 총장의 거취가 결정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수처 관련 법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이미 12월 정국,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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