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임 3%룰, 투기세력 경영간섭 가능성
다중대표소송제도 부담…삼성전자 소송리스크 8배 커져
사익편위 규율대상도 확대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기업규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해야 한다.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축소되면서 투기자본이 이사회를 장악하거나 기업경영활동을 간섭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 상장ㆍ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9일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해 기업규제 3법을 처리했다. 이날 상법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완화돼 통과됐다. 당초 정부 원안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합산 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재계 반발로 감사위원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공정거래법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계는 '경영계가 공동으로 끈질기게 요청한 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보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과 법 시행의 1년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 의결권 제한 규정 개편에 모두 반대해 왔다. 분리선출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절차 중 이미 대주주 등의 의결권 제한(3%룰) 외에 1인 이상을 반드시 다른 감사위원과 분리선임할 경우 자본다수결 원칙을 역행하고 대주주 재산권을 중복 침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할 경우 지분 쪼개기를 통한 3%룰 무력화와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선임 의무화 및 의결권 매매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이사회 장악 및 기업 경영 간섭 수단으로 악용ㆍ남용 가능성이 크다.
상법에 개정안에 포함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된다.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을 지렛대 삼아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이 가능하게 돼 경영권 침탈 또는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기자본 등에 의해 기업 압박 수단으로 악용ㆍ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선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중대표소송 제소가능금액은 311억1000만원으로 삼성전자 외 자회사 7개사도 제소범위에 포함돼 삼성전자가 관리해야 할 소송 리스크는 8배 상승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기업의 중대한 담합 행위(경성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면 남소 위험이 커진다'라는 재계 우려에 이를 개정안에서 제외했지만 사익편취 규율 대상은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비상장인 경우 20% 이상)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규율 대상이 상장ㆍ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규율 대상 회사는 현행 210개에서 598개(2020년 5월1일 기준)로 388개로 늘어나게 된다. 지주회사 자ㆍ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도 10%포인트씩 상향된다. 이에 따라 앞으론 신규 설립ㆍ전환된 지주회사이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ㆍ손자회사를 신규ㆍ편입하는 경우엔 상장사인 경우 30%, 비상장사는 5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비용 증가로 일자리 창출 동력 저해와 계열사 편입 비용 증가로 지주회사의 장점이 반감될 우려도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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