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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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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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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가 귀여운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듣겠다, 할 일을 잘 하겠다,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 등등 이런저런 공약들을 내걸며 전략적인 조르기를 시작한다. 필자 역시 그 시절을 겪으며 유년기에 함께 했던 강아지가 있었으나 이별을 경험한 후 다시 반려견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진심 어린 바람을 저버리기엔 그리 강한 결심을 못 했던 듯싶다. 엄두도 못 내던 반려견과의 동거가 이제는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로 늘어나 있고, 아이보다도 나 자신이 강아지를 더 원했던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반려견들에 대한 애정이 나날이 깊어진다. 심지어는 긴 시간 집을 비우면 강아지들이 보고 싶어서 눈앞에 아른거릴 때가 다반사다.


어떤 면모에 내가 이렇게 빠져든 걸까? 먹이를 쟁취하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모습, 복슬복슬한 귀여운 외모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나열할 수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인을 무한 신뢰하는 모습에 가장 빠져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인의 실수로 세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갇힌 경험도 있고, 장난감을 던져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곳에 숨겨 버리는 속임수를 자주 활용하지만 강아지들은 언제나 필자를 신뢰하고 의지한다.

'신뢰'에서 비롯되는 힘을 경험하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자연스럽고 견고하게 일이 완성되는지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소로 상호 간의 '신뢰'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특히 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금융 상품을 다른 이에게 소개하고, 어떤 점이 해당 상품의 장점이 될 수 있는지, 단점이 될 수 있는지를 설득시켜야 하니 상호 신뢰가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금융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거나 설명된 내용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금이 운용돼 큰 손실을 본 피해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정하고 다른 사람의 신의를 저버리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의도와 달리 상대의 신의를 저버리게 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좋은 상품이라고 판단해 상대를 열심히 설득했는데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인해 어제의 좋은 상품이 오늘의 쓰레기였음이 밝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양심 이외에 어떤 필요조건들이 있을까? 무엇보다 다른 이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자세가 요구된다. 단 하나의 상품을 판단할 때 '좋거나 나쁘거나'의 기준을 맞출 확률은 50%다. 다만 상품에 관한 연구와 판단이 반복된다면 내 판단이 틀리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해도 전체적 확률은 100% 정확성을 향해 수렴될 것이다.

또 유연한 사고와 결정에 따른 신속한 행동력이 필요하다. 처음 판단한 내용에 오류가 발생한 것을 알아챈 시점엔 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에게도 본인의 판단 착오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자신의 과오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달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이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시절에 '아니야, 지금은 잘못된 거 같아도 결국 생각했던 결과가 나타날 거야'란 자기 합리화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놓친 경험들이 있다. 비록 아쉬운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라도 기회비용을 줄이고 대안 마련에 발 벗고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닭이 먼저일 수도 있고, 달걀이 먼저일 수도 있듯 다른 이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다반사지만, 때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대가 조건 없이 나를 신뢰해줄 때가 있다. 이 경우 상대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내 노력은 평시보다 배로 작용하게 된다. 아마도 감사함과 책임감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보원 하나금융투자 Club1WM센터 영업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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