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수위 높아지는 남중국해…군사영역으로 확대된 미·중 갈등

중국군, 대미 경고성 미사일 발사…美, 이틀 연속 중국군 훈련지역 정찰
미 국무부, 24개 중국기업 및 개인 제재 조치…남중국해 관련 처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 확인으로 훈풍 가능성을 시사했던 미국과 중국 갈등이 군사영역으로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영역 침범과 미사일 경고 발사 등이 이어지면서 긴장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또다시 이 지역에 정찰기를 띄워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한 24개 중국 기업과 이와 관련한 개인들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인권, 무역, 안보, 기술 등을 문제삼아 중국 관련 인사들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로 제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재는 국무부와 상무부 합동으로 이뤄졌다. 상무부는 중국교통건설(CCCC) 일부 자회사를 포함해 광저우 하이거 커뮤니케이션 그룹, 중국전자기술그룹, 중국조선그룹 등 24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군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돕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와 별도로 남중국해 지역 매립이나 군사 지역화, 인근지역 자원 접근 억제에 관여한 중국 개인에 대한 비자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국무부는 "이들의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직계 가족도 비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결정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날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DF)-26' 미사일 등 미사일 2발을 남중국해 해상으로 쏜 이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DF-26 미사일은 중국 내륙인 칭하이성 인근 지역에서, DF-21 미사일은 해안 지역인 저장성 인근 지역에서 각각 발사됐다. 중국은 가상의 적을 설정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인데, 미국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군은 또 같은 날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남중국해 상공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적을 추적하는 '코브라볼' RC-135S정찰기를 보내 정찰활동을 벌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5일에 이어 이틀 연속 중국군의 훈련 지역에 정찰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군사 충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전문가 송중핑은 SCMP에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과 남중국해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실력행사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 군의 해상 실탄 훈련을 공지했음에도 불구, 미 U2 정찰기가 해당 구역을 정찰했다"면서 "이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도발적 행위"라고 미국 측을 비난했다.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까지 미ㆍ중 대결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대만은 우발적 충돌에 대비해 F-16 전투기를 중국 본토와 가까운 펑후섬에 전진 배치키로 했다. 이 섬에 F-16 전투기를 전진배치할 경우 긴급 대응 시간을 6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대만은 또 중국군 동태 감시를 위해 실효 지배중인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에 12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까지 배치하는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의 대대적인 해상훈련에 대해 베트남도 불만을 드러냈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중국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에서 계속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베트남의 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지역의 평화와 안정, 협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해당 수역에서의 훈련을 중지하고 유사한 침해해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