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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PC, 총수가 통행세거래 직접 관여…회장 포함 경영진·법인 검찰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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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지원 역대 최대 과징금 647억원 부과 결정

7년간 부당지원행위 통해 삼립에 414억원 이익 제공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 봉쇄…경쟁 중소기업 경쟁기반 침해
SPC "과도한 처분…향후 대응방침 결정할 것"

원재료 및 완제품 통행세 거래 구조.(출처: 공정위)

원재료 및 완제품 통행세 거래 구조.(출처: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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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의 통행세거래에 총수인 허영인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총수와 경영진 및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와 함께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했다.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역대 최고 과징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 결과 기업집단 SPC는 총수가 관여해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했다. 기업집단 SPC는 실질적으로 일부 계열회사를 제외하고는 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이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와 파리크라상, 삼립, 비알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의 주요사항을 보고 받고 의사결정을 했다. 허 회장의 결정 사항은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과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 소수 인원이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을 지원했다고 봤다.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총수일가 100% 지분 소유)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2011년 4월 샤니는 삼립에 판매 및 연구개발(R&D) 부문의 무형자산(이하 판매망)을 정상가격(40억6000만원)보다 저가인 28억5000만원에 양도하고,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9700만원)함으로써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의 근거로 당시 양산빵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는 샤니였음에도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했고, 양도 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한 점을 들었다. 또 판매망 통합 이후에도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최소화를 위해 샤니는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고, 삼립-샤니간 수평적 통합과 함께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 판매망 양수도 이후 삼립은 샤니로부터 매입한 양산빵을 높은 마진으로 전량 외부에 판매하면서 영업성과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 등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은 반면 샤니는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또 공정위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함으로써 총 20억원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PC는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했다"며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의 생산량 및 주식가치 증가가 예상됨에도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해 삼립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인한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매각손실은 각각 76억원, 37억원에 이른 것으로 평가했다.


공정위는 통행세거래에 허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는 밀다원과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역할이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립은 생산계획 수립과 재고관리, 가격결정, 영업, 주문, 물류, 검수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제빵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삼립이 판매하는 생산계열사의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다. 정 국장은 "SPC는 이러한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행위임을 인식하였음에도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고,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며 "특히 허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그룹차원의 법 위반행위를 은폐·조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 삼립은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으나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고 공정위는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집단 SPC 소속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해 7년(2011~2018년)동안 지속된 일련의 지원행위로 삼립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14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삼립 영업이익의 25%, 당기순이익의 32%로 현저한 규모다. 그 결과 삼립의 사업기반 및 재무상태가 인위적으로 강화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원행위로 삼립이 속한 시장의 공정거래가 저해됐다고 봤다. 통행세거래로 각 제빵 원재료 시장에 신규 진입해 시장의 일정부분을 경쟁없이 독점했고, 타 업체의 진입을 봉쇄했다는 것이다. 특히 액란 및 잼 시장의 주요사업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서 봉쇄효과를 통한 경쟁기반 침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정 국장은 "이번 조치는 통행세거래 등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통행세 구조로 인해 봉쇄되었던 SPC 집단의 폐쇄적인 제빵 원재료 시장의 개방도가 높아져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PC는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32.9%로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며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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