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원 구성 시기, 여당이 스스로 잘 생각해야…모든 책임 여당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원이 언제 구성될 것이냐고 하는 것은 여당 스스로가 잘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단독으로 원을 구성할 경우 모든 책임이 여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어제 의회 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회는 서로 상호존중함으로써 여야가 기능할 수 있다"며 "이번 21대 국회는 개원에서부터 야당의 의사를 전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수의 힘으로 개원하고,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다수의 힘만으로 의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1979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 제명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명 사태) 여파가 과연 어떤 정치적 결과를 초래했는지 아마 모두가 다 인식했을 것"이라며 "코로나, 북한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서 우리가 합의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나"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민주주의 의회의 실상을 다른 나라에서 뭐라고 평가하겠나"며 "민주주의 의회의 기본을 망각하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고 남는 시간에 원이 언제 구성이 될 것인지는 여당 스스로가 잘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의회가 신속하게 해결할수 있을 것인가"라며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독재로 가는 길이 열렸다"며 "스티븐 레비츠키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보면 합법적으로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이들이 관행을 무시하면서 민주주의의 파괴가 시작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간절하게 의회의 기능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마저도 물리쳐 버렸다"며 "야당은 힘이 없다. 국민께서 이 어려운 사태를 주시하시고 도와주셔야 한다. 대한민국이 독재의 길로 가지 않고 균형있는 나라로 가려면 야당을 바로세워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비대위원은 "6월 15일은 의회독재가 시작된 날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통합당 국회의원을 넘어 41.4%의 국민에게도 그렇고 민주당에게는 애초에 상생과 협치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문 정권과 여당이 약속했던 공약을 끝끝내 실현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시작됐다"며 "통합당은 힘이 없지만 제1야당 기능과 국민을 향한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