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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로나 자발적 기부를 향한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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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로나 자발적 기부를 향한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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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익과 손실을 재는 저울이 있다. 한쪽에는 100만원의 이익을, 다른 쪽에는 100만원의 손실을 올려놓는다. 저울은 어떻게 될까. 1 평평해진다. 2 한쪽으로 기운다. 1은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다. 2는 그 상식을 깨는 사람들의 심리다.


사람들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취할 때보다 손실을 경험할 때 두 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100만원의 이익에 대한 즐거움보다 100만원의 손실에 대한 상실감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울은 '손실'쪽으로 기울 수밖에.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같은 심리를 관찰한 '전망이론'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전망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익보다 손실이 더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의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당정 갈등으로 비화된 재난지원금은 결국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4인 가족 기준). 당초 여권은 소득하위 70%에 선별적ㆍ차등적으로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100% 지급으로 급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보편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바뀌었다. 마침 야당도 거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선거철이었고 한표가 급했다. 어쩌면 여야 모두 이런 심정이었을 게다. '100만원을 받는 70%보다 받지 못하는 30%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은 70%의 이익보다 30%의 손실을 더 무겁게 받아들인 셈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재정부담'은 먼 얘기이지만 '보편적 지원'은 가까운 게 사실이다. 100만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는 받고 누구는 제외되는 선별적 지원은 그 자체로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순간 그것은 곧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편적 지원(혹은 보편적 복지)이 갖는 정의로움이다.


그래도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정의로운 분배가 모든 이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의미할까. 이 대목에서 '똑같이'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다. 그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인 '공리주의'를 경계하고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대 배려'를 역설했다.

A, B, C 세 회사가 직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인센티브를 준다고 치자. A사는 90의 인센티브를 30, 30, 30으로 똑같이 지급한다. 반면 B사는 150의 인센티브를 40, 50, 60으로, C사는 160의 인센티브를 25, 35, 100으로 나눠준다. 이 중 어느 회사가 가장 정의로울까. 존 롤스에 따르면, 정답은 B사다. B사의 최소 수혜자 몫(40)이 A사(30)와 C사(25)보다 많기 때문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최고의 선택'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A사는 '완전 평등'하고 C사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 반면 B사는 '최소 수혜자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실천했다."


물론 재난지원금과 인센티브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전자는 재정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후자는 경영자가 결단을 내리면 그만이다. 또한 전자는 부족한 재정을 쥐어짜는 것이지만 후자는 여유로운 자산을 공유하는 행위다. 다만 수령자 입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이든 인센티브든 자신의 몫이 타인보다 적으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주목할 것은 재난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다. 재난지원금의 전체 또는 일부를 기부한다는 것은 이익을 양보하겠다는 의미이자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태도다. 이를 가진 자의 여유나 허세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은, 거듭 말하지만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꺼내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발적 기부는 예상치 못한 시험대에 올랐다. 인간의 본성이냐 사회적 책무냐를 저울질한다는 점에서. 과연 저울은 어느쪽으로 기울까.




이정일 부국장 겸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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