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KTOA에 통신주 임차 요청
지자체 '불특정다수' 위한 자가망 구축 확대 추세
통신업계 "중복투자·통신사 투자 활력 떨어뜨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vs 통신기본권·복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서울시가 통신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통신용 전주를 대여해줄 것을 요청해 뒷말을 낳고 있다. 통신사들은 중복투자 등을 이유로 통신 매개 용도의 지자체 자가전기통신설비(자가망) 구축을 반대해온 터라 서울시 요청에 난감해하고 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자가망 구축을 위해 통신사들의 통신주 사용을 요청하는 '자가망 활용을 위한 통신주 대여' 협조 문건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보냈다. 통신선 가설용으로 설치돼 있는 통신주를 임차해주면 이를 활용해 서울시 자가망 구축에 활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SKT·KT·LGU+ 가입 KTOA에 '통신용 전주' 임차 요청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회원사로 있는 KTOA는 서울시 요청에 대해 통신사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지만 반응이 마뜩찮다.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지자체가 자가 망으로 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은 통신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등의 위법 소지가 있어서다. 통신사들은 그간 중복투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자원 낭비 등을 이유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을 반대해 왔기 때문에 해묵은 논제인 '지자체 자가망 구축'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자체가 자가망을 설치한다는 것은 통신을 사실상 '공공재'로 보고 모든 망을 국유화시켜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유치하려는 발상과 다름없다"면서 "통신업에 '경쟁'의 원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로 망 인프라를 구축해 유지, 보수에도 비용을 쏟고 있는데, 지자체들이 우후죽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자가망을 설립할 경우, 관리도 효율적으로 되지 않고 민간기업인 통신사의 투자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법개정 없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자가망을 구축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자가통신설비는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는 개념이 아니고 목적외사용조차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KTOA 관계사 "의견조율" 서울시-과기정통부 이견 커
하지만 서울시 사업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통신사는 이를 똑부러지게 반대하기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KTOA 관계자는 "회원사들간의 입장 차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정보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이견도 상당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자체 자가망을 대중에게 개방해서 통신매개 행위를 하는 것은 현행법 상 맞지 않다"면서 "특정 지자체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자가망을 통한 통신매개는 현행 제도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망 구축 사업은 기존 자원과 시설물을 활용하고 예산을 최소화해서 시민들의 통신기본권과 복지를 확대하는 개념"이라면서 "정보화진흥법 31조에 '정보격차 해소' 시책이 있고,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지자체법에서도 균등하게 서비스 받을 권리를 명시한 부분이 있어, 시민 복지의 개념에서 자가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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