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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마이너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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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저성장 구조적 요인에 코로나19 대형 악재 터져
수출도 내수도 무너지고 대량 감원·구조조정 눈앞
미증유의 위기 극복위해선 가지 않은 길 가야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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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마이너스의 시대를 맞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대형 악재의 파장이 전방위로 불고 있어서다. 경제활동의 3대 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는 물론이고 경제를 지탱해온 주요 부문이 성장과 증가, 개선과 같은 플러스가 아니라 하락과 감소, 후퇴라는 마이너스를 겪게 될 것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곳간부터 거덜나고 있다. '묻지마 일자리'와 '묻지마 복지'로 곳곳이 비어있던 나라곳간은 코로나19로 1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추경을 또 해야 할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금 쓸 곳은 많지만 세금 들어올 곳은 쪼그라들고 있다. 조세 수입의 3대 축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이다. 이들 3대 세금인 전체 국세수입의 40%를 차지한다. 대체로 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의 순이다.


법인세는 기업의 실적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만해도 반도체 호황기인 2018년 17조원 가량을 법인세로 냈지만 지난해는 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반도체가 다시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 마저도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완성차업계는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폭으로 줄고 있고 일부 업체는 팔수록 적자를 내고 있다. 정유업계는 수요감소와 마진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업계와 여행ㆍ관광업계는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다. 앞 날이 보이지 않는다. 면세점,백화점, 호텔, 식품 등도 시즌 특수가 사라졌다. 정부,기업, 기관, 민간 등에서 열어온 이벤트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굴뚝없는 산업'인 마이스(MICE)산업도 휘청이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개최된 국내 마이스 관련 행사는 22만4465건. 내국인 참가자 수는 3686만3000 명, 외국인 참가자 수는 140만4000 명이었다. 마이스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5조원 가량이며 여기에 2만3000여명이 종사한다. 행사가 취소되고 내외국인 참가자가 줄면 매출은 당연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산업의 위기,기업의 위기는 종사자의 위기로 이어진다. 바로 구조조정과 감원(減員)의 시대다. 이는 소득감소의 시대로 다시 소비위축의 시대로 넘어간다. 자동차, 정유, 조선, 중공업은 물론이고 유통, 여행, 항공 등 전방위에서 감원의 바람이 불고 있다. 뚜렷할만한 특수나 호재가 나오지 않고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면 길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직과 전직과 같은 재취업도 쉽지 않다. 자영업이 몰려있는 창업의 길은 이미 죽음의 계곡으로 향하는 험로 그 자체다.


바닥경기도 실종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가지 않는 데 전통시장을 찾을 리 만무하다. 대기업들이 독감에 걸렸다면 1차,2차,3차 등 'n차'기업들은 중병에 걸렸다. 정부와 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일용직,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면 소비가 줄어든다. 내수가 살아나기 어렵다. 다만 민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건재할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 유가, 환율, 금리 등 대외변수의 대응력도 약화된다. 남북관계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그토록 떨쳐버리고 싶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망령이 되살아난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보고 싶은 게 아닌데도 그렇게 보여지니 어쩔 수 없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다. 마이너스의 시대를 다시 플러스의 시대로 돌려놓으려면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마스크에 목맨 정부,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국회를 보면 '가보지 않은 길' 대신 '이미 갔던 그 길'을 다시 가는 것 같다. 이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에는 마이너스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gungho@>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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