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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쉰여덟 최민식 童心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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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장영실役

[라임라이트]쉰여덟 최민식 童心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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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는 걸음마를 떼자마자 관노로 일했습니다. 어린 나이라 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종일 땅을 보고 다녀야 하는 것이 제일 서러웠습니다. 빳빳이 고개를 들면 혼쭐이 나니까요. 종일 땅을 보고 걷고, 땅을 보고 인사하고, 땅을 보고 일하고…. 그래서 밤이 되면 좋았습니다. 가슴을 쫙 펴고 하늘을 봐도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요."


"나는 다른 이유로 하늘 보는 것이 좋았다. 자고로 왕이란 종일 내려다보아야만 하지 않느냐. 나도 올려다볼 무언가가 있다는 게 좋았다."

"진짜 그렇네요!"


"영실이 너랑 나랑 같은 게 있구나."


"송구하옵니다. 전하! 어찌 감히 제가 전하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이유나 신분이 뭐가 중요하냐? 하늘을 올려다보고 꿈을 품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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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최민식)과 세종(한석규)이 나누는 대화다. 두 사람은 신분이 다르지만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둘도 없는 친구로 발전한다. 우정은 최민식(58)의 천진난만한 미소로 순수하게 나타난다. 대말을 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맑고 담백하다. 그가 30년 동안 스크린에서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매력이다.


때 묻지 않은 얼굴은 천재 과학자의 면면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이 그렇다. 눈망울을 뛰룩이며 설계도를 관찰하는가 하면, 눈웃음을 머금고 뚝딱뚝딱 못질한다.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해 알고 싶어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는 장난꾸러기 같다.


최민식은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강연에서 천진한 얼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S '명견만리'에서 본인이 만든 로봇을 설명하는데, 아주 인상적이더라고요. 이리저리 조종하는 얼굴이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어요.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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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을 순진하고 천진한 인물로 해석했군요.

"맞아요. 온종일 발명에 매달리며 행복해 하는 얼굴을 떠올렸죠.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잖아요. 그저 세종을 흠모하며 뭔가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것 같았어요."


-순수한 눈빛이 세종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로 나타나더군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특히 세종의 처소에서 별자리 모양으로 창호지를 뚫는 장면에서요. 동심을 전하려고 신경 많이 썼죠. 두 사람이 유희적 기분에 젖어야 무구한 관계에 힘이 실린다고 봤어요. 그야말로 인간적 신뢰가 발현되는 순간이죠. 실제로도 그랬을 거예요.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기록이 있거든요. 만나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진 않았겠죠? (웃음)"


-절친한 후배 한석규(56)와 호흡을 맞춘 덕에 따뜻한 분위기가 수월하게 조성된 것 같던데….

"큰 도움이 됐어요. 평소에도 마음이 잘 맞거든요. 관심사도 비슷하고. 서로 강요하는 일이 없어 오래 만나고 있죠. 나이도 겨우 두 살 차이에요.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동반자 같아요.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서 함께 공부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 배우로 활동하잖아요. 흔하지 않은 경우라서 각별하게 느껴져요. 석규는 대학교 때도 성격이 느긋했어요. 지금처럼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말끝마다 '~세요'라고 했죠. 여유까지 넘쳐서 선배들이 만날 때마다 '어르신 나오셨어요?'라며 반겼어요. 저는 석규와 정반대여요. 말도 행동도 급하죠. 그래서 호흡이 잘 맞나 봐요. 성격이 똑같으면 자주 싸운다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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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외에도 비슷한 연령대 배우가 많이 출연하던데….

"김홍파와 오광록은 동갑내기죠. 이번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손병호도 나이가 같고요. 제가 가장 어려 보이죠? (웃음)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연대감이 생겨요. 아이들처럼 장난할 만큼 마음이 편해지죠. 작품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번 영화는 군신 관계에서 유대감이 형성되는 과정을 사실상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던데….

"미묘한 감정 교류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죠. 그래서 공감의 매개체가 등장하는 씬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특히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누워서 별을 보는 장면이요.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하잖아요. 시나리오에 묘사되지 않은 설정까지 만들어 교감하는 영역을 넓혔어요. 감정선도 한층 끌어올렸고요."


-명나라 사신 앞에서 광기를 부리는 장면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넉살 좋던 장영실이 돌연 광기 어린 얼굴을 보이니.

"노비 출신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다른 신하들보단 생각이 자유로웠을 테니까요. 세종과 장영실이 그저 별만 함께 구경했을까요? 저는 민속놀이도 즐기며 친구처럼 지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질투하는 얼굴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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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3'의 마동팔, '쉬리'의 박무영, '취화선'의 장승업, '올드보이'의 오대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최익현, '신세계'의 강과장, '명량'의 이순신, '대호'의 천만덕 등 주로 남성적인 배역에서 벗어나 이번에 변화를 꾀한 이유라도….

"이전에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야 출연했어요. 사람도 80% 이상의 호감이 있어야 만났고요. 최근 기준을 많이 낮췄어요. 허술하거나 단점이 보여도 함께 메꾸면 된다고 믿게 됐죠. 그게 선배 역할 같아요. 2000년대 초반 충무로에 봉준호, 허진호, 박찬욱, 임상수 등 훌륭한 감독이 많이 배출됐어요. 개개인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빼어난 배우들이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봐요. 그래서 입맛에 맞는 영화만 고르지 않으려고요. 가능성만 있다면 언제든 한 배를 탈 거에요. 세종을 따르는 장영실의 마음으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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