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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마지막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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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현대사 '마지막 계엄령'의 발단은 그날의 총성이다. 1979년 10월26일 오후 7시50분. 최고 권력자의 연회 장소인 서울 궁정동 안가(안전가옥)가 핏빛 사건으로 얼룩졌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逝去)의 충격파가 세상을 흔들었다.


1979년 10월27일 오전 4시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非常戒嚴)'이 선포됐다. 계엄은 군사력을 이용해 사법과 행정을 유지하는 긴급 조치다. 언론·출판·보도는 검열의 대상이 됐다.

야간 통행 금지는 오후 10시부터 익일(翌日) 오전 4시까지로 확대됐다. 모든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어디론가 끌려갈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그날 이후로 계엄령은 456일(1년3개월)이나 이어졌다. 1981년 1월24일 자정이 돼서야 계엄령이 해제됐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재판이 예정된 광주로 이동하기 위해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자택을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재판이 예정된 광주로 이동하기 위해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자택을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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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진행되는 동안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두 명이나 뽑았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1979년 12월6일과 1980년 8월27일 각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제10대 최규하 대통령과 제11대 전두환 대통령을 선출했다.


단독 후보에 100%에 가까운 득표율. 일반 시민은 투표권이 없었다. 선택된 이들의 손에 의해 대통령이 결정됐다. 비상식이 상식의 자리를 위협하는 모습, 계엄령의 시대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1981년 이후 38년간 이 땅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지 않았다.

계엄령은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로 여겼건만…. 최근 군인권센터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실행 계획을 폭로하면서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기갑여단과 공수여단을 광화문 일대에 투입하려 했던 게 사실일까.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권력과 그 주변부는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현대사의 또 다른 참극(慘劇)을 설계하려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의혹을 풀어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도주했다. 검찰 수사도 중단됐다.


시간이 지난다고 덮어질까. 세상의 눈과 귀를 영원히 가리는 게 가능한 일인가. 유물(遺物)로 인식되던 현대사의 '우울한 기억'을 누군가가 되살리려 했다면 적어도 그 이유는 역사에 기록해야 하지 않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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