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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서울시 도시건축안, 공공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좌지우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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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해 사업 초기단계부터 관리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도시ㆍ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정비사업 초기단계 '사전 공공기획'을 신설해 선제적인 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을 설정, 공공기획~사업시행인가까지 공공이 프로세스 관리와 절차 이행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안 수립에 공공의 가이드가 반영되면 정비계획 결정이 이뤄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회로, 소요 기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인 10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슈퍼블록은 쪼개고, 아파트지구 같은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단지를 넘어서 일대 지역을 아우르는 입체적 지구단위계획으로 확대 수립할 방침이다. 아울러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 설계를 적용하도록 공모 비용 전액과 공모안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번 도시ㆍ건축 혁신안에 대해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모든 사업진행과정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 역시 '지원'보다는 '관리감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제도 도입 당시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제도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서울시 발표를 현장에서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먼저 사전 공공기획을 통해 정비계획 수립 전에 공공이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게 되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공공성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진행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사업성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공공성, 공익성에만 치중해 용적률과 층수 등을 제한한다면 사업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아파트 조성기준도 문제다. 하나의 단지를 하나의 블록이 아닌 중소블록으로 쪼개면 각종 도로, 공원, 주차장 등 기반시설과 주민 편의시설, 커뮤니티 시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힘들고 주민들의 생활권 역시 분리될 수 있어 효율적 단지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단지를 선호하는 주민들의 의사에 반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입체적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경우 자칫 추진상황이 다른 다른 사업장의 사업진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현재도 개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이 전체 지구단위계획이나 대단위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사업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현상설계를 진행할 경우 공모 비용 전액과 공모안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공모안에 대한 심사를 공공에서 진행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목적에 따라 자율성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하고 디자인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최고 35층의 층고규제를 풀고 특별건축구역에 대한 지원책을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정비사업의 문제점 중 상당수는 공공의 규제책에서 비롯된 것이 많아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민간에 맡겨 자율 경쟁을 유도하면 오히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단지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 등 공공에서는 민간의 창의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외국의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구상, 진행하고 공공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ㆍ재건축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구시대적인 편견을 버리고 진정한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규제 위주의 도시정책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변화해가길 바란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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