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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기후변화→엘리트 이탈…앙코르 서서히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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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 교수 새 학설 제기
앙코르톰 해자 코어 분석결과…14C말~15C초 기후변화 겪어
물관리 시스템 붕괴…점진적 인구 이동 초래
100년간 쇠퇴 거듭하다 붕괴
침략·전염병·반란·지진 등 갑작스러운 멸망설에 반박

사진=캄보디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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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솔로몬왕의 궁전이나 미켈란젤로가 세운 건축물과 견줄 정도다. 많은 사원 가운데 하나인 앙코르와트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에 뒤지지 않는다. 이 사원은 그리스나 로마가 남긴 그 어떤 건축물보다 더 웅장하다."


캄보디아의 깊은 정글 속에서 크메르왕국(802~1431)의 수도였던 앙코르(Angkorㆍ'도시'라는 의미)를 발견한 프랑스 식물학자 앙리 무오가 라오스에서 열병으로 숨진 지 2년 후 발간된 여행기에서 쓴 내용이다. 앙리의 여행기는 유럽에 앙코르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성기였던 12세기 당시 앙코르는 인구 70만명의 세계 최대 도시로 알려져 있다. 600여년간 앙코르에 30여개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세워졌는데, 이 중 앙코르와트('도시 사원'이라는 뜻)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극동연구원에 따르면 앙코르와트를 건설하는 데 하루 7시간씩 2만5000명이 총 35년간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처럼 번성했던 고대 도시의 멸망 원인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멸망 아닌 점진적 쇠퇴?= 최근 앙코르의 멸망을 둘러싸고 새로운 학설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앙코르 붕괴에 대한 다수설은 1431년 아유타야왕국의 침략에 의한 갑작스러운 멸망이다. 이와 함께 ▲전염병 ▲노예 반란 ▲힌두교에서 소승불교로의 개종 ▲지진 등으로 한순간에 갑자기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뤄 왔다.


하지만 대니얼 페니 호주 시드니대(USO)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달 말 발행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통해 앙코르가 약 100년간 쇠퇴를 거듭하다 붕괴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앙코르 중심 도성인 앙코르톰을 둘러싼 해자(垓字)에서 뽑아올린 코어를 분석한 결과 14세기 초부터 이 지역의 토지 이용도가 감소하기 시작해 14세기 말에는 더 이상 해자가 관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페니 부교수는 "인프라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거나 수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엘리트층이 앙코르톰을 떠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앙코르의 멸망이 아유타야왕족의 침략이 아닌 도시 엘리트층의 점진적인 인구 이동의 결과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기후변화가 쇠퇴 촉진?= 그러면 왜 앙코르의 엘리트층은 도시를 버린 것일까. 앞서 페니 부교수는 미하일 프로코펜코 교수와 함께 지난해 10월 '사이언스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갖지 못한 도시가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겪은 결과"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도시의 회복탄력성이란 자연재해나 테러 등을 겪은 도시가 이전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연구는 나이테에서 확인된 14세기 말과 15세기 초에 있었던 극심한 기후변화로 앙코르의 물관리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앙코르는 수백 개의 운하와 강, 제방, 해자, 저수지 등으로 구성된 물관리 시스템을 갖춰 대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홍수가 주요 운하와 강에 집중되면서 침식을 유발했고, 실핏줄과 같은 나머지 시스템은 침식과정에서 유입된 퇴적물에 막히면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논문은 주장했다. 물의 순환이 멈춘 논에서 농사가 어려워지면서 흉작과 기근이 연쇄적으로 발생, 대규모 인구 이동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페니ㆍ프로코펜코 교수 팀은 논문을 통해 고대 도시는 물론 현대 도시 역시 회복탄력성을 갖지 못하면 극심한 기상현상이나 테러와 같은 잠재적 위협에 노출될 경우 쇠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khah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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