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함께 부진한데다 자산시장도 한풀 꺾여 돈이 갈 길을 잃은 상황이다. 이 달 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가계와 자영업자의 금융부담이 커져 한국 경제의 '돈맥경화'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돈의 흐름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기업 투자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4회로 1987년 1월 이후 31년 8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1999년 100회까지 상승하다가 2000년대 점차 하락했다. 가계와 기업이 예금을 빼 쓰는 대신 은행에 맡긴 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재화ㆍ서비스 구입에 통화가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알려주는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3분기 0.688을 기록, 거의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이 유력해지면서 향후 민간이 돈을 쓸 여력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기업과 주택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중소기업ㆍ자영업자와 하우스푸어들의 돈줄을 죄게 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590조7000억원에 달해 금리인상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8조2000억원에 달했다.
자산시장도 얼어붙었다. 유가증권시장은 지난 6월 2400선에서 이 달 들어 2000선을 위협 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하루 평균 13조원에 이르던 거래량도 3분의 1 토막인 4조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시장은 9ㆍ13 대책으로 유동성이 틀어막히면서 매물이 실종 상태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이처럼 돈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의 돈맥경화 상황은 새 정부 들어 점차 증가하는 규제로 기업들이 추가적인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나서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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