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왕실의 상징이자 여왕의 반려동물이던 웰시코기종 강아지인 윌로가 1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윈저 왕가가 80여년간 키워온 왕실견, '로열코기(Royal corgis)'의 대가 끊기게 됐다. 특히 윌로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영상에 여왕과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던 왕실견이라 전 세계인의 추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윈저 왕가가 웰시코기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7세였던 1933년, 아버지 조지6세가 '두키'라는 이름의 웰시코기 강아지를 데려오면서부터다. 이후 여왕은 18세 성년이 되면서 또다른 웰시코기 '수전'을 선물받았으며, 이후 신혼여행에까지 이 강아지를 데려가는 등 몹시 사랑했다. 이 웰시코기들은 대대손손 번식하며 30여마리에 이르게 됐으며, 윌로는 수전의 14대손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이처럼 권력자의 이미지 창출을 위한 일종의 도구로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매스미디어와 이미지를 철저하게 이용했던 정권인 독일 나치정권이 집권한 이후부터다. 히틀러는 실제로 개를 좋아해 평생 여러 개를 길렀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과 애완견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선전도구로 많이 활용했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도 제정해 강력히 시행했다.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동물보호법의 기반이 되는 법이 바로 히틀러가 만든 동물보호법이다.
이후 국가 지도자들이 경쟁적으로 반려견을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면서 각국의 특징적인 견종들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격상되기도 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견종으로 자리매김한 셰퍼드는 원래 독일 원산이 아니라 오늘날 프랑스 영토인 알자스 지역의 개였지만, 히틀러가 1941년, 파리를 점령한 이후 선물받은 '블론디'를 애지중지하며 수많은 화보를 남긴 이후부터 아예 저먼 셰퍼드(German Shepherd)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역으로 원산지가 독일인 푸들은 이름조차 독일어 어원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의 상징이 됐고, 영국 왕실견이 된 웰시코기는 영국의 상징이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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