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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에서 ‘성룡’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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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과거의 영광 잃어버린 홍콩영화…중국 색깔로 물들어 관객들 외면

1990년대 홍콩 영화로 세계적 히트작이 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 중 한 장면.

1990년대 홍콩 영화로 세계적 히트작이 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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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홍콩 영화가 찬란했던 과거의 빛을 잃어 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부터 홍콩은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릴만큼 영화제작으로 유명했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 초반 홍콩에서는 연간 200편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ㆍ1994)' 같은 세계적인 히트작이 이때 탄생했다.

그러나 이후 홍콩 영화의 제작 편수는 감소세로 돌아서 최근 연간 60편 안팎까지 떨어졌다. 할리우드 대작에 관객을 빼앗긴 탓이다.

1992년 홍콩에서 현지 영화의 흥행 수입은 12억홍콩달러(약 1630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3억홍콩달러로 크게 줄고 상영 영화 전체에서 홍콩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16%로 감소했다.
해외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홍콩 영화는 중국계가 많이 사는 동남아시아로 널리 수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태국ㆍ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현지 영화가 인기를 누리면서 홍콩 영화 수요는 줄었다.

궁지에 몰린 홍콩 영화계는 중국과 공동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영화 상영 건수를 제한한다. 그러나 2003년 홍콩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인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홍콩 영화사가 제작한 중국어 영화, 중국 본토의 제작사와 합작해 만든 영화는 '중국 영화'로 인정됐다.

영화 제작자 출신인 마펑궈(馬逢國) 홍콩 입법회 의원(우리나라의 국회의원격)은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기와 맞물려 합작영화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2016년 중국 정부가 제작을 허가한 해외 합작영화 89편 가운데 홍콩과 손잡은 것이 54편으로 60%에 이르렀다.

그러나 합작영화는 중국 정부의 검열 대상으로 내용에서 큰 제약을 받는다. 국가안전을 위해하거나 민족대립을 부채질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만 제약 받는 게 아니다.

1980년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강시(좀비)영화 제작도 부쩍 줄었다. 중국공산당이 '귀신은 미신'이라며 금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LGBT)나 도박처럼 홍콩 영화에서 자주 다뤘던 주제도 금지됐다.

2002년 개봉한 홍콩 느와르 '무간도(無間道)'의 엔딩은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무간도'의 엔딩과 달랐다.

2002년 개봉한 홍콩 느와르 '무간도(無間道)'의 엔딩은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무간도'의 엔딩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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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영화는 스토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홍콩침례대학 영화학과의 탄이눠(譚以諾) 강사는 "중국 정부가 등장인물을 '선인은 선인으로 악인은 악인으로' 일관되게 그리도록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2002년 개봉한 홍콩 느와르 '무간도(無間道)'의 엔딩이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무간도'의 엔딩과 달랐던 것은 그 때문이다.

2007~08년 이후 본토판을 만드는 것도 금지됐다. 홍콩 영화가 거대시장인 중국을 겨냥하다보니 내용 수정까지 강요 받으면서 현지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호소력을 잃고 말았다.

홍콩 영화의 대스타 청룽(成龍)은 중국의 국정 자문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위원이 됐다. 그는 홍콩 영화를 '중국 영화'라고 단언한 바 있다.

중국ㆍ영국ㆍ미국 합작영화인 '더 포리너(2017)'의 주연을 맡은 청룽(成龍). 홍콩 영화의 대스타였던 청룽은 중국의 국정 자문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위원이 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중국ㆍ영국ㆍ미국 합작영화인 '더 포리너(2017)'의 주연을 맡은 청룽(成龍). 홍콩 영화의 대스타였던 청룽은 중국의 국정 자문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위원이 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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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배우 겸 감독인 두원쩌(杜汶澤)는 "즉흥적이고 분방한 게 특징인 홍콩 문화를 소재로 한 광둥(廣東)어 영화 제작이야말로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콩의 젊은 영화 제작자들은 상업적 성공에 집착하지 않은 독립영화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국의 지배가 강해져 숨막힐 정도인 2025년의 홍콩을 묘사한 옴니버스 영화 '10년(十年ㆍ2015)은 홍콩에서 공전의 히트작이 됐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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