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화장품은 악성재고로 남아 소각, 결국 면세점 손해
제품 골고루 찾는 일반 中 관광객들 유입 돼야 해결 가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12일 새벽 6시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 해가 뜨기도 전에 수 십 명에 이르는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면세점 개장은 아홉시 반부터지만 이들이 줄을 서고 있는 이유는 '인기 화장품 물량 확보' 때문이다. 문을 열자마자 특정 화장품 매장으로 전력 질주하는 이들 때문에 매일 아침 면세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매출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면세점은 웃을 수 만은 없다. 국내 면세점에선 화장품이 여전히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효자템' 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일부 품목과 반대로 악성 재고로 남는 품목의 양도 함께 늘어나면서 면세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A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화장품도 그야말로 팔리는 것만 잘 팔리고 안 팔리는 건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는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국산 화장품 보다 외국 화장품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화장품 중 일부 품목의 재고가 계속 쌓이게 되는 이유는 판매 방식 때문이다. 국산 화장품의 경우 면세점은 판매량에 따라 화장품 회사로 부터 수수료를 받는 '특정 매입' 방식이다. 이로 인해 재고 관리 역시 화장품 회사에서 하는 셈이다.
B면세점 관계자는 "비인기 제품은 안 팔리고 재고로 남을 것을 뻔히 알지만 다른 면세점과 경쟁하기 위해 인기 제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어쩔수 없다"며 "그나마 과거에 일반 관광객들이 면세점 주요 고객일 때는 다양한 상품이 판매돼 재고량이 많지 않았는데 따이공들이 면세점을 점령한 이후엔 인기 상품 쏠림 현상이 심해져 재고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팔리고 남는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소각해서 폐기 처리해야하는 게 원칙이다. 화장품 유통기한은 1~2년 정도로, 다른 면세점 품목보다 짧다. 고스란히 면세점이 안아야 할 손해로 남는다.
이런 문제점을 타계할 방법은 시장에서 체감할 정도로 한한령이 완화되는 것 뿐이라고 면세업계는 입을 모은다. C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일반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와야 특정 제품 쏠림 현상이 없어지고 (면세점이 여행사에게 따이공 모객에 대가로 지급하는)송객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매출이 사상 최대치라고 해도 악성재고와 영업이익 감소 때문에 한숨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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