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력]머리 맞댄 민·관,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美 소비자 선택권 제한"

삼성·LG·산업부 오늘 대책회의, 美 구제조치안 최소화 주력
19일 ITC 공청회 대응…사전 의견서 내용 조율

삼성전자 플렉스 워시 세탁기와 플렉스 드라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검토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줄어들면서 미국 경제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등 한층 공세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ㆍ관 대책 회의를 갖고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에 대해 이같은 대응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오는 19일 열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공청회에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권리 및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 차관보, 김희상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통상 담당 임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해 자국 가전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 행위가 아니더라도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는 공청회 이후 이달 21일 구제방안과 수준을 표결하고 이를 토대로 구제조치 권고안을 마련한 후 12월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를 보고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발표하게 된다. ITC의 구제조치안으로는 수입쿼터제나 고율의 관세부과 등이 거론된다.

LG 트윈 워시 세탁기·건조기 세트

산업부와 외교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ITC에 사전 의견서를 전달한 뒤 공청회에서 한국 측의 입장을 최대한 피력할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ITC가 이미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정한 만큼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구제조치안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견서와 공청회에서는 강력한 구제안이 실현될 경우 미국 소비자와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쿼터제 및 고율의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혁신적인 제품의 출시를 막는 것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한국 기업들이 미국내 가전 공장 건립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강력한 구제안을 마련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우선은 ITC 대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2002년 한국산 수입 철강에 대해 8~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으나 WTO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